[취재일기]국산의 '경계넓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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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7일 서울YWCA에서는 모처럼 학계.재계.소비자단체들이 모여 '무엇이 우리 상품인가' 에 대한 뜨거운 토론회를 벌였다.

이날 토론회장은 해외에서 생산, 국내상표만 붙인게 국산인지 해외상표라도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이 국산인지에 대한 논의로 달아올랐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끈 것은 소비자단체의 솔직한 자성 (自省) 이었다.

외국기업의 직접투자가 절실한 외채위기의 시점에서 벌어진 국산품애용운동이 최근 수입차를 파손하는 식으로 나타나 외국인들의 투자를 되레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소비자단체는 반면 기술이전.관련산업발전과는 거리가 먼 외식.의류.화장품등에 무차별 도입된 해외브랜드의 로얄티가 매출액의 3.5%나 된다는 질타도 빼놓지 않았다.

최근 미국LA타임스는 '한국인들의 경제적 민족주의가 도를 지나쳐 외국인들에게 공포감을 주고 있다' 고 보도한바 있다.

80년대 경제위기속에 국산품 애용운동을 벌였던 미국도 90년대 들어 자국에서 생산되는 일본자동차는 '메이드인저팬' 이 아니라 '메이드인어메리카' 로 인식하고 있다.

세계인의 관심이 한국에 집중된 지금 소비자단체들이 자본의 국적을 따지기보다는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제품의 가격.품질을 감시, 이를 통해 국산품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이날 토론회의 큰 성과였다.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가입의 설레임이 채 가시기 전에 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한국에 현재 세계의 시선이 쏠려있다.

IMF한파로 불거졌던 국산품 논쟁은 우리가 국산품을 쓰지 않아 IMF가 닥친것이 아니라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김태진 〈생활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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