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비행기에 알카에다" 이번엔 e-메일로 테러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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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에 '미국행 항공기를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편지와 '한국행 비행기에 알카에다 연계 테러리스트가 탑승했다'는 e-메일이 잇따라 접수된 가운데 12일 공항 직원들이 승객의 짐을 정밀 검사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김선일씨 납치.피살사건 이후 항공기에 대한 테러 협박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공항 등 관계기관과 항공사들이 보안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2일 항공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0분쯤 항공교통관제소로 '오늘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테러리스트가 탑승했다. 그는 기독교 선교활동 관련 초대장을 가지고 있으며 알카에다와 연계된 압둘 라잡이다'라는 내용의 e-메일이 배달됐다. 이 메일은 인터넷 야후를 통해 발송됐다고 항공안전본부는 밝혔다.

보안당국 관계자는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문의한 결과 '압둘 라잡'이라는 인물은 절대 탑승해서는 안 되는 인물리스트(명단)에 올라 있었다"고 말했다. 보안당국은 미국발 한국행 비행기 30여편의 탑승객에 대한 명단조회 작업을 하고 있으나 '압둘 라잡'이라는 이름을 가진 탑승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테러 가능성 있나=이날 배달된 메일에는 "무기명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cristion mission'등 논리적으로 맞지 않거나 철자가 틀린 부분이 상당수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안전본부 관계자는 "무기명으로 여권을 발급하는 국가는 없으며, 메일 내용 중 'cristion'은 'christian'의 오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는 미국대사관과 인천국제공항에 "미국행 항공기를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육필 협박편지가 동시에 배달됐다.

이 편지도 ▶내용이 문법에 맞지 않으며 ▶발신자가 기재돼 있지 않은 데다 ▶태국 국왕이 인쇄된 우표에 찍인 소인도 위조된 것으로 보여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보안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보안당국은 불법체류자로 강제 추방된 외국인이거나 국내에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보안당국은 그러나 실제 테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경계조치 3단계 중 테러 발생 징후가 농후할 때 적용하는 2단계가 7일 발효됐다"고 밝혔다.

◇보안 및 검색 강화=현재 90명의 경찰이 1일 3교대로 인천공항 내 37개 지역을 순찰 중이다.

공항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하물 검사를 확대하고 입국자 및 비행기 탑승자에 대한 신원확인 작업을 강화하는 등 보안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탑승객 및 수하물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특히 미국행 및 미국발 비행기에 대한 검색을 철저히 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또 미국행 비행기에는 보안 관련 남자승무원이 반드시 탑승토록 하고 30분마다 기내 점검을 하도록 했다.

김기찬.홍주연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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