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해외공작원 정보보고 요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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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기부 해외조사실 (실장 이대성.구속) 이 작성해 권영해 (權寧海) 전안기부장과 이병기 (李丙琪) 전2차장 등에게 보고한 '해외공작원 정보보고' 자료집은 2백여쪽 분량으로 돼 있다.

안기부가 '흑금성' 이라는 암호명의 특수공작원을 이인제 (李仁濟).김대중 (金大中) 후보 진영으로 잠입시켜 북한과의 거래를 유도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흑금성은 안기부 공작원으로 북한에 위장포섭돼 남북한간 '2중간첩' 역할을 한 것으로 돼있다.

안기부측은 공작이 성공하면 이를 증거자료로 제시, 김대중후보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흑금성의 공작은 그러나 양 후보측의 거절로 최종 단계에서 실패한 것으로 돼있다.

〈97년 6월10일〉

(북한) 보위부 대남공작책 ○○○은 5월26일 평양 고려호텔 안가에서 흑금성 공작원에게 한국의 대선후보중 유력인물로 여당은 이회창, 야당은 김대중이므로 이들의 선거운동 조직에 침투할 준비를 하고 이인제 전경기지사측의 J씨와 친교를 맺어두라고 함.

〈9월9일〉

8월22일 흑금성이 모란봉지역 한 초대소에서 35분간 비밀리에 김정일과 면담.

〈10월4일〉

이인제쪽 J는 10월1~2일 베이징을 방문해 통전부 부부장 안병수를 비밀 접촉. 북쪽으로부터 대선 관련 상호협력 제의를 받고 10월6일까지 이인제의 답변을 북쪽에 전달키로 합의.

〈10월28일〉

안병수는 '김대중 측근인사들이 북한과 거래한 내용' 에 대한 자료제공과 '월북한 오익제가 직접 진술하는 김대중과의 대북 관련내용' 을 비디오로 촬영해 김대중을 치게 할 수 있다고 함.

〈11월28일〉

○○○은 " '김대중을 당선되게 하면 안된다' 는 공화국의 의지는 확고하다" "김대중을 치는 방안은 계획대로 계속 진행한다" 고 강조.

〈12월1일〉

11월3~20일 김대중 측근 C씨가 2회 방중해 베이징 아주호텔에서 ○○○등을 만나 김대중의 메시지를 전달. 김대중은 북측이 북풍을 일으키지 않는 조건에서 당선만 되면 북측이 원하는 연방제 통일방안을 받아들이고 집권기간중 북한이 원하는 원조를 제공하겠다는 등을 요청.

〈12월9일〉

공작원이 ○○으로부터 입수한 첩보에 의하면 정재문의원이 11월 하순 ○○○에게 달러가 가득 들어 있는 돈가방을 전했는데 ○○이 눈대중으로 살펴본 바로는 3백60만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판단. 鄭의원은 "어떤 방법으로든 김대중을 쳐주면 보답하겠다" 면서 "북에서 직접 북풍을 일으켜달라" 고 요구했으나 김정일은 "확실한 답은 주지 말라" 고 지시. 〈12월16일〉

12월14일 오후5~9시 ○○○등 5명을 접촉. 공작원이 "김대중을 치려면 사진같은 확실한 자료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 고 불만스럽게 말하자 공작원이 내놓은 재미교포 윤홍준의 기자회견문을 보면서 ○○○은 "허동웅이 자기를 간첩으로 몰았다면서 윤홍준을 죽여버리겠다고 한다.

이번 일은 아무래도 안기부에서 한 것 같은데 아는 것 없는가" 라고 해 공작원은 "잘 모르겠다.

나는 공화국에서 한 것으로 알았는데…" 라고 한즉 더이상 언급하지 않음.

〈12월20일〉

12월20일 ○○이 공작원에게 ○○○이 대선이 끝난 12월19일 갑자기 평양으로 소환돼 들어갔음. 들리는 바로는 상황판단 잘못과 시행과정에서 물의를 야기해 아태 (통전부) 쪽이 상당한 곤경에 처한 것 같음.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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