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쯔양 회고록 집필 참가한 전직 당 간부 5명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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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89년 6월 4일 발생한 천안문(天安門) 사태 20주년을 앞두고 발간된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회고록이 중국 안팎에서 적잖은 여진을 일으키고 있다. 자오 전 총서기는 2005년 1월 숨지기 전까지 16년간 가택 연금된 상태로 지냈다. 이때 비밀리에 녹음한 육성 테이프를 토대로 영문판 회고록 『국사범 (Prisoner of the State)』이 14일 홍콩에서 출간됐다. 29일에는 중국어로 된 『개혁역정(改革歷程)』이 출간될 예정이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그의 회고록 출간 소식을 일절 보도하고 있지 않지만 영미권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중국 지식인층에 관련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퇴직한 중국 공산당의 원로급 인사들이 자오 전 총서기의 회고록을 둘러싼 진실을 대담하게 고백하고 나서 파장이 나오고 있다.

천안문 사태 당시 국가신문출판총서 서장(장관)을 지낸 두다오정(杜導正·86) ‘염황춘추(炎黃春秋)’ 잡지사 사장은 중국어판 회고록인 『개혁역정』의 서문에서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의 전직 당 간부가 자오 총서기의 회고록 집필을 도왔다”고 고백했다고 아주주간(亞州週刊)이 보도했다. 두 사장은 “92년부터 내가 자오 전 총서기께 회고록 집필을 권유했으며 야오시화(姚西華) 전 광명일보 편집인, 샤오훙다(肖宏達) 전 당 중앙기율검사위 부서기 등이 자오 총서기의 육성을 글로 옮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자오 전 총서기의 발언 내용은 이전의 어떤 책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자오 전 총서기는 중국 역사와 민족에 책임감을 느낀 사람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년 전 관영 신화통신의 국내뉴스부 주임이었던 장완수(張萬舒)는 최근 홍콩에서 『역사의 대폭발(歷史的 大暴炸)』이란 책을 출간해 “사태 당시 민간인 713명과 군인 14명 등 모두 727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천안문 사태 당시 학생 시위를 주도했던 왕단(王丹·40)은 이날 미국에서 가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천안문 사태 20주년인 6월 4일 모든 중국인이 추모의 뜻을 담아 흰옷을 입자”고 제안했다. 또 “시위 주도 인사 50여 명을 미국 워싱턴으로 초청해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촛불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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