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전용로 감시카메라, 절반은 '눈 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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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한남대교 북단 검문소앞. 가로등 사이로 먼지를 뒤집어 쓴 버스전용차로 무인감시카메라가 공중에 매달려 있다.

그러나 정작 이곳에는 감시카메라가 단속할 전용차로가 없다.

96년 11월 남산1호터널의 혼잡통행료 징수와 함께 버스전용차로가 폐지됐기 때문에 감시카메라는 1년4개월동안 잠만 자고있는 셈이다.

버스전용차로 위반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설치된 서울시내 무인감시카메라의 절반 이상이 전용차로가 폐지됐거나 단속이 필요없는 점선구간에 설치돼 있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서울시는 95년말 12억8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시내 40개 구간에 버스전용차로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지난해 3월에도 4억여원을 들여 최첨단 감시카메라 4대를 추가 배치했다.

그러나 이중 강남대로 시내.외 방향, 금천구독산본동 문성초등학교앞 등 20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1~2년 이상 작동되지 않는채 방치되고 있다.

전용차로가 폐지되거나 우회전 진입 등을 위해 실선구간이 점선구간으로 바뀌면서 아예 단속이 필요없게 됐지만 서울시가 이를 단속이 필요한 다른 구간으로 이동하지 않은채 내버려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당초 40곳에 감시카메라 박스를 설치하고 이중 20곳을 1주일 간격으로 번갈아가며 감시카메라를 작동시키도록 했으나 단속이 필요없는 곳이 속출하면서 20곳이 '무용지물' 인 상태" 라며 "감시카메라 이동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방치해두고 있다" 고 말했다.

감시카메라가 작동하고 있는 24곳중에는 감시카메라를 설치, 단속해서는 안되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한 곳도 4~5군데나 있어 적발 (전용차선 진입) 된 시민들의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또 '함정단속' 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전용차로의 실선구간이 최소한 80m이상은 돼야 단속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무시한 채 30~40m정도 되는 짧은 구간에도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사고위험마저 초래하고 있다.

동작구흑석동 한강현대아파트앞과 송파대로 송파구석촌동290 육교앞, 금천구독산동 군부대앞 전용차로 등의 경우 실선과 점선구간이 30~40m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은 점선구간으로 진입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운전해야 해 접촉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짧은 실선구간을 미처 벗어나지 못해 적발돼 "억울하다" 는 민원이 하루에도 10여건씩 접수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같은 상황에서 올해 35억원의 예산을 들여 새로 온라인식 최첨단 감시카메라 26대를 설치키로 했다.

글 = 문경란·배익준, 사진 = 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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