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한겨울'…부도·폐업점포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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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재래시장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달 들어 서울 남대문.동대문시장 등 주요 재래시장 점포의 부도.폐업이 속출하고 일부에선 집단 철시 (撤市)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식품류를 취급하는 2백여 개의 상점이 입주한 남대문 A상가는 IMF사태 이전보다 매출이 30% 이상 급감, 이미 3~4개 업소가 문을 닫았으며 상가 대부분이 적자 운영 상태에 빠졌다.

상가 관계자는 "임대료 인하.종업원 감축 등 자구책을 펴고 있지만 적자를 감당 못해 상당수 점포들이 가게를 내놓았다" 고 밝혔다.

남대문경찰서 조사계 관계자는 "IMF사태 이후 남대문시장에서 부도 수표.어음 등과 관련한 피해 신고건수가 전보다 30% 정도 늘었다" 고 밝혔다.

지방 도매상들을 태우고 오는 관광버스 역시 IMF 이전 1백여 대에서 최근 40여 대에도 못미치는 등 봄 대목이 완전 실종됐다.

특히 수입상가들은 환율급등으로 인한 제품가격 상승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2~3개월 내에 폐점할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동대문시장 역시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몇몇 인기상가를 제외하곤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대문시장 내 현대식 상가인 우노꼬레 개발회사인 서황개발이 지난달 20억원의 어음을 막지못해 부도가 났다.

동대문운동장 주변 부동산 관계자는 "3천여 상점들이 입주해 있는 인근 B상가의 경우 IMF이후 전체 상가의 절반 이상이 매물로 나왔으나 매매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가죽원단 상가가 밀집한 C상가는 아예 전체 상인들이 집단 철시한 뒤 재개발하기로 결정, 현재 시공사를 물색 중이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해 공급 물량이 크게 준 원단.원사 시장의 경우 최근 어음결제가 거의 안되고 현금으로만 거래가 이뤄져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있는 실정이다.

원단상가가 밀집한 동대문 E상가 관리회사 관계자는 "원사 점포가 몰려 있는 지하매장의 경우 과거엔 기껏 1~2개 업소만 비어 있었으나 최근엔 20여 개의 업체가 한꺼번에 문을 닫았다" 며 "이같은 일은 처음 겪는다" 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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