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한우 잡아낼 검사기관 13곳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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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쇠고기 이력추적제가 6월 22일 전면 실시된다. 이날까지 모든 한우는 개체식별번호가 적힌 귀표를 달아야 한다. 식별번호가 정부 전산망에 등록돼 있지 않으면 도축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한우를 살 때 인터넷(www.mtrace.go.kr)이나 휴대전화(6626+무선인터넷 버튼)로 개체식별번호를 조회하면 누가 키워 어디서 도축했는지, 육질 등급은 뭔지 등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현장을 점검한 본지는 제도 시행 한 달을 앞두고 다시 현장을 찾았다.

 19일 오전 5시 충남 홍성군 ‘광천 우시장’. 한우 사육 농민과 중간상인이 트럭에 싣고 온 소를 내려 놓고 흥정을 하느라 왁자지껄하다. 지난 3월 이곳에선 개체식별번호를 전산망에 등록하지 않은 채 소를 팔러 나온 농민들이 상당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이마트의 한우 구매를 대행하는 동방유통 박창호(42) 과장은 “한우 16마리를 샀는데 두 달 전과 달리 등록되지 않은 소를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도 이력추적제 준비를 거의 마쳤다. 이마트는 한우 매입 후 도축·가공 단계에서부터 개체식별번호가 담긴 30자리 바코드를 부착해 매장에 들여온다. 이어 스캐너만 찍으면 개체식별번호가 담긴 스티커가 인쇄돼 한우 상품 포장에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 달 5일께부터 전국 점포에서 이력제를 미리 적용한다. 홈플러스는 유통 단계별로 쇠고기가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전산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고 매장에서도 식별번호가 다른 쇠고기를 한꺼번에 작업하지 못하도록 했다. 롯데마트 역시 다음 달 1일부터 모든 한우에 생산이력제를 도입해 판매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우 사육 농민들은 이력추적제 실시 후 검증이 제대로 될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력추적제는 소비자들에게 ‘믿을 만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판매업자들이 수입육을 섞거나 개체식별번호를 가짜로 붙여 팔아도 의심을 덜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이 같은 행위를 확실히 잡아내려면 도축 단계에서 채취한 유전자(DNA) 샘플과 유통 제품의 DNA를 비교, 이들이 동일한지를 검사해야 한다. 하지만 감독을 담당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지자체의 단속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한우 판매업소는 4만8000여 곳에 달하지만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기관은 전국에 13곳뿐이다. 농식품관리원이 제도 시행 후 3개월간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지만, DNA 검사는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단속의 손길도 소규모 정육점과 중간유통업자에게까지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홍보 부족으로 일부 농민과 중간 상인들이 한우를 거래하면서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도축장에서 퇴짜를 맞는 일도 속출한다. 22일 이후에는 출생이나 거래 때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한 달 사이 계도가 완전히 될지는 미지수다.

일선 농가엔 귀표도 달지 못한 한우가 아직 남아 있다. 농식품부 윤영렬 사무관은 “현재 전국 한우 293만 두 중 95%인 약 280만 두가 등록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남호경 전국한우협회장 겸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정부가 단속 인력과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제도는 도축 단계에서 DNA 샘플을 채취하는데, 장기적으로는 사육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가 채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개체식별번호를 엉뚱한 소에 붙이는 행위를 막을 수 있고 특정 한우의 이력을 송아지 때부터 완벽하게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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