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진로 적성에 맞춰 터줘야…흥미분야 찾게 다양한 경험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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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즘 학부모들에게는 자녀의 진로지도가 새삼스런 고민거리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도록 격려하라' 는 얘기는 누누이 들었지만 요즘처럼 직장 구하기가 힘든 세상에 '밥벌이가 잘 되는 직업' 쪽에 모두의 시선이 쏠리기 때문. 교육전문가들은 '그래도 적성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도록 지도해야한다' 고 단언한다.

연세대 김인회 (교육학) 교수는 "어떤 일이든 정말 애정을 갖고 매진하면 10년안에 전문가가 돼 결국 생계수단을 마련하는데도 지장이 없게 된다" 고 말한다.

급변하는 세상에 5년, 10년 후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기 어려운 현실에서 지금의 잣대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 더욱 부모들이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적성에 무관하게 잘못 진로지도를 할 경우 오히려 아이의 상상력을 고갈시켜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김교수는 "자녀들에게 '너는 이런 것을 하라' 는 구체적인 언질은 준 적이 없다.

다만 다양한 책과 음악.미술등을 접할 기회와 여행할 기회를 많이 주면서 '네 스스로 선택하라' 고 말해왔다" 고 들려줬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 영재교육팀장도 "세계적으로 이름이 난 학자와 예술가, 운동선수등 8개분야 1백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카고대 벤자민 볼룸교수의 결론은 '영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진다' 였다" 고 소개하면서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은 부모들이 그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격려한 점" 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우선 학생 본인이 스스로 무엇을 잘해낼 수 있는가를 알아내는 것" 이라는게 중앙대 홍기형 (교육학) 교수의 지적. 적성에 맞는 일을 찾게하려면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기회를 주어 어떤 분야가 흥미로운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 우선. 다음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선택의 폭을 좁혀가면서 그 분야 종사자와 만나 직업에 대한 장단점.애로사항등을 들어보게하고 방학중에는 인턴이나 무급봉사자로 산업현장에서 실습해 보는 기회를 마련해 주도록 한다.

적성은 장차의 사회적 적응도와 성공을 예언하는 지표. 직업을 중시해 적성에 맞지않은 일을 택할 경우 당장은 무리가 없지만 10년 후 쯤 적성에 맞아 그 일을 택한 사람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며 행복하지 않은 직장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는게 장석민 한국진로교육학회장의 견해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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