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나라당 경선 “계파색 옅은 초선 30~40명 선택이 당락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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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을 보고 삼국지 같다고 하더라.” 안상수 의원과 짝을 이뤄 정책위의장 후보로 출마한 김성조 의원의 인사말이었다. 그 말대로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은 황우여-최경환, 안상수-김성조, 정의화-이종구 후보(앞은 원내대표 뒤는 정책위의장 후보, 기호순)들 간의 3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다. 선거 하루 전인 20일 열린 초선의원 모임 주최 정책토론회는 치열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승자는 21일 오후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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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보 없는 공방들=4·29 재·보선 패배 뒤 열리는 첫 당내 경선인 만큼 후보들은 저마다 “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화합을 외치면서도 말 속엔 뼈들이 담겨 있었다.

▶황=강한 리더십으로 야당에 대응하면 국정에 악영향 없겠나.

▶안=원내대표로서 10년 좌파정권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강성이라고 한다. 지금은 집권여당 대표가 된다고 나왔다. 원칙·추진력·단호함을 갖춘 유연한 리더십이 제 리더십이다.

▶정=과거 원내대표는 군림했지만 저는 의정활동 서포터가 되겠다. 당직을 한 사람이 또 하는 건 문제 있다.

▶안=원내대표 2회가 이력서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지난 1년 이 정권이 고생하고 있어 제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원내대표를 네 번 했다.

▶황=보이지 않는 손을 걱정하는데 오랜 법관 생활을 해 남의 얘기를 잘 듣고 중심을 안 잃는다.

▶최=제게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당직에 출마하며 상의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박근혜 전 대표도 어렵게 결심했으니 열심히 잘하라고 말한 게 다다.

▶이=민주당이 10도 정도 우향우 하려는 것 같다. 우리는 서민복지는 5도 정도 좌향좌, 경제 성장 정책은 3도 정도 우향우하도록 하겠다. 계파 정치는 무섭고 잔인하다. 초선 의원들은 절대 계파에 들어가지 말고, 공부하고 내공을 쌓아라.

▶김=당이 ‘노’라고 하지 못한다는 불만의 소리 잘 듣고 있다. 나머지 두 분(정책위의장 후보)이 경제관료 출신이다. ‘노’라는 목소리는 제가 더 잘 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선거 책임론=4·29 재·보선 패배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후보들은 모두 “화합을 하지 못해서”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강조점은 달랐다. 안 후보는 “공천 잘못”, 정 후보는 “집권여당의 오만”, 황 후보는 “‘싸우지 말라’는 국민 목소리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안 후보는 “5대0 패배는 공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1차 책임이며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듣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한 것이 다음 잘못”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집권여당으로서 제대로 책임지지 못했고 유권자에 대해 오만했기 때문”이라며 “경제가 어려워진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황 후보는 “이번엔 민주당도 자기 지지 기반에서 패했는데 근본적으로 ‘먹고살기 힘든데 왜 자꾸 싸우느냐’는 국민 목소리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스팅보트’ 쥔 초선들=경선이 계파 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전체 의원의 절반을 넘는 초선 의원(90명)들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60여 명 의원 중 초선은 40여 명에 달했다. 특히 후보들 입장에서 중립 성향의 초선 의원들은 금값이 되고 있다. 토론회를 지켜본 의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화합형의 황 후보가 차분하게 잘 했다”는 의견과 “자기 목소리가 분명한 안 후보가 믿음이 간다”로 나뉘었다. “정 후보가 준비를 가장 많이 한 것 같다”(비례대표)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범래 원내부대표는 “ 부동층으로 분류되는 30~40명 초선 의원의 표가 결국 당락을 가르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도 대부분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서 국회방송의 생중계를 통해 토론회를 지켜봤다.

이가영·정효식·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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