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교토 기요미즈데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6면

교토는 오랫동안 일본의 수도였기 때문에 건축문화재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교토 시민이 즐겨 찾는 곳이 기요미즈데라(淸水寺)입니다. 서기 778년 창건되었으나 여러 번의 화재를 겪으며 1633년 재건된 절로서 유네스코 등록 문화재입니다.

기요미즈데라에서 가장 볼 만한 건물이 오토와산 절벽에 139개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은 본당과 부타이(舞台)입니다. 높이 15m짜리 기둥을 5층 구조로 짜 맞추고 본당의 절반과 목조 마루를 지은 것입니다. 일본인의 건축 기술과 우수한 목재인 노송나무(편백)가 있어 가능하였지요. 가로로 쓰인 보에 작은 지붕을 올려서 썩지 않도록 한 장치는 눈여겨볼 점입니다. 부타이에서 바라보는 교토의 야경은 교토 시민의 자랑입니다. 봄철 벚꽃이 필 때에는 부타이에 사람이 넘쳐납니다. 부타이의 목조 기둥들이 숲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기에 나뭇가지들을 삭제하고 그려 제멋을 살렸습니다.

본당 지붕은 노송나무 껍질(히와다부키)을 여러 겹 붙인 일본 특유의 지붕입니다. 볏짚을 올리는 초가는 매년 갈아야 하지만 히와다부키는 수명이 길고 가벼워서 일본의 주요 건물에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무겁고 투박한 기와와 달리 가공하기도 쉬워서 지붕의 선을 다양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본당 옆 절벽에서 떨어지는 세 줄기 물을 받아먹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잇습니다. 이 폭포 때문에 청수사란 이름이 생겼다는데 장수, 사랑, 학문의 소원을 이루어 준답니다.

일본에서는 절(寺)을 ‘지’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법륭사를 ‘호류지’라고, 약사사를 ‘야쿠시지’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요미즈데라 스님 앞에서 ‘기요미즈지’라고 했다가는 눈총을 받게 됩니다. ‘데라’라는 이름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나 봅니다. ‘데라’라는 이름이 우리말 ‘절’이 변한 것을 스님은 알고 계실까요? 일본인들이 ‘ㄹ’ 받침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기 때문에 ‘데라’가 되었답니다.

김영택 화백 penwhaga@hanmail.ne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