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단독입수 미국대사관 '한국경제 보고서' 요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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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은 한국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본지는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이 분석, 3월4일자로 본국 정부에 제출한 한국 경제위기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한국의 경제위기 - 미국기업에 대한 시사점' 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요약한다.

◇종합 전망

한국 경제는 향후 12~18개월이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

또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대미 (對美) 수입이 감소할 것이며, 미국 기업들은 수출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기초 (fundamentals) 는 건전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부상할 것이다.

수출과 관련, 올해 자동차.반도체.조선.석유화학.컴퓨터 및 통신장비의 수출이 활기를 띠는 반면 철강.기계.가전제품.건설 및 섬유는 부진할 전망이다.

한국 재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특히 미국으로부터의 기술이전과 재벌보유 부동산매각 등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다.

또 법률회사와 기업 인수.합병 (M&A) 관련 회계법인 등의 진출전망이 밝고 적대적 M&A의 허용으로 많은 미국기업들이 한국 진출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교역자유화를 확대하고 있으므로 한국의 기업활동 여건이 나아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보험시장에 대한 외국기업의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향후 2년간 급속히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현재의 외환위기가 언제쯤 누그러들지는 3월말로 예상되는 한국정부와 외국은행간의 단기외채 협상이후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특히 침체된 부문

▶사회간접자본 =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평균 15% 줄어들 것이라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1백대 건설회사중 3분의1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자동차 = 올 1월부터 일본산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일본 자동차가 국내 자동차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입선 다변화제도는 99년부터 완전 폐지될 예정인데, 한국 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일본 도요타.혼다자동차가 한국의 대형 자동차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반도체 = 국내 시설투자가 약 50% 취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2백56메가D램 생산을 위한 투자는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다.

한국반도체 업계는 환율이 최소한 달러당 1천3백원은 돼야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두어달 정도가 한국반도체 산업엔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기업에 대한 시사점

▶부동산 = 서울의 주요 사무실매매가가 20~30% 떨어졌고, 향후 6~12개월에 절반 수준까지 내릴 전망이다.

주택값도 상당수준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서민들이 첫 입주시 선호하는 25평 이하의 주택가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프랜차이즈를 비롯, 각종 부동산 관련 회사들은 한국의 부동산 시세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벌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알짜배기 부동산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인수.합병 = M&A전문 및 법률회사들은 최근 한국정부가 우호적 M&A를 권장하고 적대적 M&A까지 허용함에 따라 이 분야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보험업 = 최근 한국정부는 금융.주식 관련 부문에서 대대적인 개방조치를 취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적의 기회를 맞았다.

미국의 은행.보험회사 등 기타 투자가들은 이번 호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손해보험사 매매에 적극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외국인투자 = 한국 투자시 장점으로는 원화의 평가절하, 부동산가격 하락, 노동단가 인하, 전 산업에 걸친 정리해고 허용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무역장벽이 적지 않다.

라벨링규정이나 세제의 투명성, 외환규정과 각종 비관세 장벽들이 자유시장에서의 공개경쟁을 방해하고 있다.

▶전략적 제휴 = 재벌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고부가가치산업을 강화함에 따라 첨단기술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한국간 합작투자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양측에 모두 도움을 주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전력산업을 노려라 = 올해 한국 전력산업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한국전력의 전력공급량을 2010년 49%까지 내리고 내년부터는 정부의 보조금도 중단할 예정이다.

미국의 전력생산 및 공급에 관련된 회사는 동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진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결론

앞으로 2년간 한국의 경제.기업이나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업자들에게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과 주가의 안정적인 움직임, 기업들의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정부의 정리해고 도입 등 경제 자유화정책 등이 긍정적인 변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미국기업들에는 한국기업과 새로운 제휴관계 형성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기업의 참여는 한국경제가 효율성 제고를 통해 재도약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정리 =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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