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심사 시늉뿐…윤리위원회, 위장전입·편법취득에 깜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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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부 각료들의 부동산투기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공직자들의 재산신고 내역을 검증하는 국회.정부.대법원의 공직자윤리위원회 기능이 유명무실해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7일 "문제가 된 신낙균 (申樂均) 문화관광.주양자 (朱良子) 보건복지.김선길 (金善吉) 해양수산장관의 경우 국회의원으로 재산공개 검증절차를 거친데다 당시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 공직자윤리위의 공직자 재산신고 사후심사는 재산총량이 맞느냐 여부만 확인할 뿐 재산이나 부동산 취득경위에 대한 심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당초 취지인 '윤리성 검증' 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관계자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엔 재산등록 심사의 대상을 현재의 등록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며 "따라서 재산형성과정 및 취득과정에 대한 심사는 제외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행 제도로는 申.朱장관의 경우처럼 위장전입 등으로 편법취득한 부동산 등 재산에 대한 실사 및 규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 개각이 있을 때마다 부동산투기 의혹 등에 대한 사전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사후에 언론을 통해 문제가 불거져 임명된 장관이 교체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관계법이 미비한데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인력이 재산형성과정 등에 대한 실사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재산등록 신고분에 대해 국회감사관실의 담당직원 7명이 국세청.행정자치부 (구 내무부).건설교통부 등으로부터 관련자료를 제출받아 국회의원들이 신고한 게 맞는가를 서류심사하는 게 전부" 라며 "현지조사 등은 꿈도 못꾼다" 고 말했다.

96년의 경우 감사관 1명과 비상근직원 1명을 합해 총 7명이 1백84명 초선의원들의 재산에 대해 실사를 했지만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합하면 실사대상자가 5백여명에 달해 내실있는 실사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재선 이상의 경우 변동신고를 받아 서류심사만 한다.

또 재산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부동산의 경우 매매와 상속 등 소유권변동이 없는 한 공시지가 상승 등으로 인한 가액변동이 있어도 신고대상에서 제외돼 신고서류상의 재산과 실제 재산에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의원들의 신고내역에 대한 검증도 누락되는 경우가 많아 申문화관광부장관의 경우 96년부터 3년간 등기부상 자신의 토지로 돼 있는 것을 공유지분인 것으로 허위신고했는데도 윤리위에서 아무런 지적도 받지 않고 넘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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