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국면 지나는 중 … 하반기 점차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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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뉴스 분석  1000원어치를 팔아서 이것저것 각종 비용과 손실을 제하고 나면 남는 건 고작 12원. 상장사(유가증권시장)들의 1분기 성적표는 초라했다. 한 해 전에는 1000원을 팔아 58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이익이 급감하면서 유가증권시장의 10곳 중 3곳, 코스닥은 10곳 중 4곳이 적자를 냈다.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지만 급속도로 회복하기도 어렵다는 전망이 많아 기업들의 ‘고난의 행군’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중 574개 사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원화 약세 효과 등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2%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6.76%, 81.45% 줄었다. 환 손실에다 주가 하락으로 보유 지분 가치가 떨어지면서 특히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호황기였던 전년 1분기와의 비교치라 감소 폭도 눈에 띄게 커졌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업종은 영업이익이 93.06%, 순이익은 91.59% 감소했다.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줄면서 들어오는 돈이 적어졌지만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아야 할 충당금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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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삼성그룹(삼성카드 제외)의 1분기 매출은 27조7816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2547억원(8.83%)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조5609억원에서 5090억원으로 80%가량 줄었다. 순이익도 60.6% 줄며 1조원을 가까스로 넘겼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도 영업이익이 6975억원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원화가치 급락과 글로벌 경쟁사들의 구조조정 덕에 국내 대표 기업들의 상대적인 경쟁력은 높아졌다지만 전 세계 수요 자체가 쪼그라든 영향을 온전히 피해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금호와 한진그룹은 적자를 냈다.

반면 GS그룹의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54.42%, 69.09% 증가했다. 유가 하락과 중국의 내수경기 부양책에 주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마진이 확대되면서 핵심 자회사인 GS칼텍스의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롯데그룹도 호남석유화학과 유통 등이 선전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5.59%, 40.77% 증가했다.

외양은 초라하지만 기업 실적은 일단 최악의 국면은 지나가고 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분석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굴곡은 있겠지만 하반기로 가면서 점차 회복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며 수출 쪽에서 먼저 나타난 회복세가 내수를 다독이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수출에 톡톡히 도움을 줬던 원화 약세의 효과가 점차 사그라지고 있는 등 변수도 많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원화 약세와 각국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어우러져 그나마 시장의 예상보다는 나은 실적이 나왔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3분기 이후 회복세는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닥 상장사 851개 사의 매출액은 3.53%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73%, 36.7% 감소하는 데 그쳤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의 실적이 돋보였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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