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선물상품, 미국 거래소서 상장 선수…국내시장 존립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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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나라 원화선물 (先物) 상품이 국내에 앞서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 (CME)에 상장될 것으로 알려져 국내 선물업계와 금융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원화선물거래가 CME에서 먼저 이루어질 경우 현재 설립을 추진중인 국내선물거래소의 존립기반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원화결제없이 해외에서 원화선물상품이 대규모로 거래될 경우 CME에서 결정되는 환율이 국내 외환현물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5일 재경부와 선물업계에 따르면 CME는 최근 러시아 루블화.말레이시아 링깃화등과 함께 한국 원화의 선물상품을 상장시키기로 하고 미국 선물거래 감독기관인 선물거래위원회 (CFTC)에 승인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관계자는 CME측이 원화선물의 상장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 면서도 "상장여부를 검토중인 것은 사실" 이라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CME측이 원화 상장과 관련, 내부검토와 자체 이사회 결의를 마치고 CFTC에 승인신청을 접수한후 공식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단 상장승인신청이 공식화되면 상장까지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CME가 상장을 추진중인 종목은 원.달러환율 선물과 선물옵션 두가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화선물상품이 CME에 상장될 경우 단기적으로 국내환율안정과 금리안정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론 국내선물시장의 입지를 위태롭게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윤창현 (尹暢賢) 명지대교수는 "우선 CME라는 세계적인 선물거래소에 원화가 상장됨으로써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헷지 (회피) 할 수 있어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가 크게 촉진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尹교수는 그러나 "중장기적으론 원화관련 선물거래를 외국거래소에 선점당해 국내선물시장이 제대로 성장하기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부가 부처간 영역다툼등으로 6년 이상 선물거래소 설립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정작 거래수요가 늘어난 시점에서 원화선물거래를 외국거래소에 빼았겼다는 점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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