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북풍 조작' 안기부 직원 검거…고위간부 개입여부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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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해 대선때 안기부가 전담팀 (태스크 포스) 을 구성, '오익제 (吳益濟) 편지사건' 과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후보의 북한 연관설 기자회견' 등 '북풍 (北風) 공작' 을 지휘했으며 여기에는 한나라당 C의원 등 최소한 2명의 야당의원이 개입돼있다는 주장이 여권에 의해 제기됐다.

여권은 대선이후 북풍공작과 관련해 안기부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1차장 산하의 임광수 101실장을 반장으로 하고 102.103.공보관실 등의 참여하에 태스크 포스를 구성, 오익제사건 등을 총괄지휘했다는 것이다.

여권의 고위 소식통은 5일 "지난해 12월6일 권영해 (權寧海) 안기부장이 주재한 오익제사건 대책회의에서 이 팀이 구성됐다" 며 "이 팀은 박일룡 (朴一龍) 1차장에게 진행과정과 결과를 보고해 왔다" 고 밝혔다.

소식통은 또 "3특보실은 203실과 합동으로 재미교포 윤홍준 (尹泓俊.31.구속) 씨를 사주해 '김대중후보가 북한 고위층과 연결돼 있다' 는 기자회견을 하도록 했다" 고 말하고 "국민회의에서 이런 공작을 파악, 경고하는 바람에 별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5일 안기부가 지난해 대선 당시 이른바 '북풍 조작' 에 개입한 혐의를 확인, 대북 담당 6급 李모 (32) 씨를 체포해 조사하는 한편 안기부 고위층의 개입 여부에 대해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서울지검 남부지청 김원치 (金源治) 지청장은 이날 "대선 당시 김대중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구속기소한 윤홍준씨로부터 안기부 李씨와 사전접촉했다는 진술을 받고 이를 확인했다" 며 "추후 계좌추적 등을 통해 금품제공 여부 등에 대해 수사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李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대선전까지 3~4일씩 세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 당시 중국에 머무르던 尹씨와 사전접촉하며 공작을 모의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며 "이로 미뤄 李씨외에 다른 안기부내 고위간부 등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며 이를 다각도로 수사중" 이라고 말했다.

金지청장은 또 "지난해 12월10일 베이징 (北京) , 12월12일 도쿄 (東京) , 12월16일 서울에서 가진 尹씨의 세차례 기자회견에 모두 李씨가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 말했다.

金지청장은 "안기부가 국가안위와 관련된 기관이기는 하나 선거법위반에 관련됐고 폭로내용이 대통령의 명예와 권위에 심각한 손상을 가한 만큼 이 사건의 실체와 배후를 철저히 밝힐 것" 이라며 "관련자들에 대한 출국금지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尹씨는 "96년 8월 김대중후보가 나에게 '이번에 북에 가면 진영걸 북한사회과학원부원장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고 했다" "아태재단은 북한자금으로 만든 것" "97년 1월 국민회의 曺모씨가 조선족 許모씨에게 '대선도 다가오니 북에 가 돈을 받아오라' 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4일 구속기소됐다.

김석현·김현기·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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