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외인 3색 소방수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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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삼국지. 적벽대전을 앞두고 주유와 제갈공명이 서로의 지략을 손바닥에 썼다.

서로 손바닥을 내밀어 펴는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는 똑같이 불 화 (火) 자가 적혀 있었다.

98년 국내 프로야구. 용병 투수를 데려온 삼성.현대.LG 세팀의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적벽대전을 연상케 하는 결정을 내렸다.

용병투수를 어떻게 쓰느냐를 놓고 약속이나 한 듯 손바닥에 '마무리' 라고 쓴 것이다.

조 스트롱 (현대).마이클 앤더슨 (LG).호세 파라 (삼성)가 '마운드의 열쇠' 를 물려받은 주인공들. 검은 피부에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스트롱은 정명원을 선발로 밀어냈다.

용병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됐고, 최고구속 1백53㎞를 자랑하는 빠른 공 투수. 이상훈이 있었더라면 선발로 뛰었을 앤더슨은 백인. 김용수와의 저울질 끝에 마무리로 낙점받았다.

스피드는 1백40㎞대 초반이지만 제구력이 뛰어나고 변화구에 능하다는 평가다.

LG 팀컬러가 선발보다는 중간.마무리 비중이 크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앤더슨의 활약은 곧 LG의 운명을 가름한다.

도미니카 출신의 '갈색마' 파라는 삼성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줄 카드' 로 내밀 정도다.

1백50㎞ 가까운 빠른 공에다 볼끝이 좋아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서정환 감독은 박동희와 좌완 용병 베이커를 더블 마무리로 구상했으나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역시 파라라는 결론을 내렸다.

철저한 분업화가 이뤄진 현대야구에서 마무리의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른바 삼색 (三色) 마무리. 피부색 차이처럼 팀의 명암도 갈라질 것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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