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판 씨름꾼 황대웅 은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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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지금이 바로 물러날 때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민속씨름판의 산증인인 '모래판의 불사조' 황대웅 (32) 이 1일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경기도 여주 출신인 1m83㎝.1백35㎏의 황은 88년 7월 여천대회 백두장사에 오르며 화려하게 프로무대에 등장한 파워씨름의 대명사. 91년 두차례나 천하장사 (부산.익산)에 등극하는 등 10년동안 5백1차례의 최다경기를 치르는 뚝심체력을 과시했다.

3백29승.1백72패로 지난해말에는 국내 선수중 유일하게 3백승 고지를 정복하기도 했다.

역대 상금순위에서도 1억7천7백65만원으로 6위. 화려한 각종 기록과 달리 그의 씨름인생엔 수많은 역경이 닥쳤다.

삼익가구가 95년 해체되며 세경진흥의 코치 겸 선수로 보금자리를 바꿨으며 지난해 다시 경제위기로 팀이 공중분해, 무적선수가 됐다.

이런 와중에서도 지난해 9월 부산 천하장사 5위, 올 설날장사대회 3위를 차지하는 등 끊임없는 투혼을 과시하며 올드팬들의 박수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부인과 네살배기 아들을 둔 가장으로 언제까지 연습장.숙소.훈련파트너 없이 자비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는 어려웠다.

장래에 대해 오랫동안 고심해오던 황대웅은 결국 특유의 들배지기를 뒤로한 채 정든 샅바를 놓기로 결심했다.

봉화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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