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S자 코스, 교차로 돌며 페달 묘미 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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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활짝 열리고 눈이 밝아지는 것 같아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지….”

13일 대구시 이천동 대구자전거안전교육장에서 수강생들이 자전거 코스를 따라 주행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장한 안전교육장은 초보자에게 자전거 타기를 가르치는 곳으로 지금까지 1만 명이 거쳐 갔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 상인동에 사는 김숙자(67·여)씨가 말하는 자전거 타기의 묘미다. 그는 요즘 자전거를 타고 친구를 만나고 시장도 본다. 하루 4∼5㎞를 거뜬히 다닌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처음 핸들을 잡았다. “자전거를 타면서 불면증도 사라졌다. 나를 따라 친구들도 하나 둘씩 자전거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자전거 타기를 배운 곳은 남구 이천동의 자전거안전교육장. 대구시가 만든 교육시설이다. 3300㎡에 7억원을 들여 지난해 7월 개장했다. 13일 찾은 교육장에는 ‘자전거 도시 대구를 만들어요’라는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타원형 트랙에는 50여 명의 수강생이 자전거를 배우느라 여념 없다. 초급반 수강생은 노란색 자전거를 타고 타원형 트랙을 돌았다. 트랙은 폭 3m에 길이 340m. 트랙 안쪽에는 좌·우회전 길, 교차로, S자 코스 등 운전면허시험장 같은 코스가 그려져 있다. 심화반 수강생은 빨간색 자전거를 타고 교차로 통과 연습을 했다. 자전거 교육은 기초반·심화반·MTB(산악자전거) 반으로 나눠 진행된다. 여성 대상으로 매주 월∼금요일 오전·오후·야간(두 시간씩)에 강좌가 열린다.

교육과정은 반별로 2주일씩이며, 자전거 대여료와 등록비를 합쳐 3만원을 받는다. 수강생은 대부분 40∼60대다. 지금까지 교육장을 이용한 연인원은 1만여 명에 이른다. 교육장을 운영하는 대구자전거타기운동연합의 배태용(42) 사무국장은 “자전거 인구가 늘면서 2∼3주는 기다려야 등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자전거의 생활화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공공기관 모임인 ‘맑고 푸른 대구 21 추진협의회’는 ‘자전거 마일리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전거 이용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시민운동이다. 주행기록계를 자전거에 부착한 뒤 자신이 탄 거리를 인터넷 홈페이지(ecobike.org)에 올린다. 개인별 목표는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거리(4만㎞)다. 안전교육장에서 자전거를 배운 사람을 비롯해 15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자전거 활성화에 맞춰 대구시는 자전거 대동맥을 뚫는다. 도심 하천인 신천과 금호강 둔치에 총 62.5㎞(폭 3m)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개설한다. 신천변에 12.4㎞, 금호강변에 50.1㎞다. 이 중 일부 구간에는 자전거길이 있지만 폭이 좁거나 노면이 고르지 않아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시는 두 하천 곳곳에 자전거용 다리를 만들어 출퇴근 길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두 노선은 2011년 6월 완공된다.

대구=홍권삼 기자



“그린시티 걸맞게 녹색정책 추진
공공 자전거 도입, 전용도로 건설”

김범일 대구시장

 김범일(사진) 대구시장은 요즘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1년 전 건강을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한 달에 3∼4차례 1시간 이상 페달을 밟는다. 금호강과 신천변, 대구스타디움 주변이 단골 코스다. 김 시장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현장도 챙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자전거 도로망은.

“전체 536㎞가 개설돼 있지만 전용도로는 고작 38㎞에 불과하다. 인도 중앙에 줄을 그어 놓은 곳이 대부분이어서 자전거 타기에 불편하다. 그래서 다음 달 ‘자전거 이용시설 정비계획’ 용역을 발주한다. 마음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를 만들려는 기초 작업이다.”

-대구는 ‘그린시티’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걸맞은 자전거정책이 필요하지 않겠나.

“2011년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2013년에는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총회가 대구에서 열린다. 녹색 교통수단으로 불리는 자전거의 이용을 늘리는 것이 국제 행사를 준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올 3월 교통국 내에 자전거정책팀을 만들었다. 공공 자전거 도입, 대중교통 수단 연계 방안 마련 등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전거의 생활화 방안은.

“출퇴근 근로자가 많은 공단과 지하철역, 아파트단지와 지하철역 등을 자전거 전용도로로 연결하려 한다. 우선 달서구 성서공단∼지하철 2호선 계명대역을 잇는 ‘도로 다이어트’형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고 있다. 폭 3m에 왕복 7.5㎞로 올 10월 완공된다. ” 

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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