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쟁점]충북 문장대 온수 공사중지…"식수원 오염" 주민 환경권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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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북괴산지역 주민들의 5년 체증이 가시게 됐다.

그동안 주민들을 불안케 하던 상류지역 문장대온천 개발이 법원의 판결로 일단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청주지법 민사3부 (재판장 夫龜旭부장판사) 는 26일 충북괴산지역 주민 1만3백8명이 경북상주시의 문장대온천개발지주조합을 상대로 낸 '문장대 온천공사중지 가처분신청' 에 대해 "이유있다" 며 받아들여 지주조합측에 공사중지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지주조합측은 온천개발이 이뤄질 경우 하류지역인 괴산군청천면 사담천 계곡수가 오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며 "하류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 고 밝혔다.

식수원 오염 가능성을 들어 개발중지 요구를 받아들이는등 환경권을 인정한 판례는 아직 없어 학계의 논란이 있음을 재판부도 판결문을 통해 인정하고 있으나 지역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주조합측이 "개발 후 발생되는 오수를 토양트렌치공법 (토양에 뿌려 지하로 침투시키는 방법) 으로 처리해 하류쪽 방류는 없다" 고 주장하고 있으나 재판부는 일부 방류가 불가피한데다 불소 제거 방법이 미흡해 1급 청정지역인 사담천의 직접적 오염원인이 될 수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사법부가 개발논리에 치우쳐 소극적이었던 헌법상의 환경권 적용을 식수원 오염을 가져올지 모르는 개발행위까지 확대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4월 가처분신청 제기 후 14차례나 심리가 열리는 등 당사자간 공방이 치열해 재판부의 고심이 그만큼 컸다.

충북주민측 소송대리인 임호 (林虎) 변호사는 "일조권이나 조망권 등을 둘러싼 분쟁에서 적용된 사례는 있지만 사법부가 식수원에 대해 환경권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총리실행정심판위가 인근 용화온천지구 개발사업 시행허가 취소처분을 내린데 이어 이날 문장대온천지구까지 공사중지 처분을 받아냄으로써 괴산주민을 비롯한 충북도민들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개발 관련 행정소송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한편 85년 경북상주시화북면운흥리 일대 5백28만㎡가 용화지구와 문장대지구로 각각 지정돼 92년부터 온천개발이 본격 추진되자 충북도는 범도민대책위원회를 구성, 그동안 수십차례의 집회와 시위, 농성을 벌이고 대정부 건의 및 소송제기 등 저지투쟁을 벌여왔다.

청주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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