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코리아 성공사례…시장이 나서 재투자 설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30년간 국내에서 반도체와 통신부품제조업을 해온 모토로라코리아. 84년 직원수가 5천명을 넘어서면서 국내 전자산업 생산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큰 기업이었지만 88년 이후 인건비 압박 등으로 직원수가 줄면서 급기야 95년초 한국에서 철수하고 중국.말레이시아 등으로 공장이전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기민하게 막은 것은 송달용 (宋達鏞) 파주시장이었다.

94년 민선시장으로 당선된 宋시장은 모토로라코리아의 공장이전 움직임을 간파하고 공장부지 무상제공과 저임금을 내세운 중국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공장을 짓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모토로라측은 일단 반신반의하면서 그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宋시장은 입체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섰다.

우선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풀기 위해 청와대와 접촉하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이 이 문제를 전담하게 했다.

파주시가 군사보호지역이었기 때문에 군사시설보호법 규제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다.

宋시장은 이때 기막힌 논리를 개발했다.

휴전선에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입주한다면 미국이 자국기업의 보호를 위해서도 이 지역 안보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마지막 남은 것은 공업용수.폐기물처리.전력공급.분양가격 등 기반시설에 관련된 사항. 파주시청이 앞장서서 원스톱 쇼핑으로 모든 민원업무를 대행해주었다.

인근 묘지의 이장문제에 시장이 직접 나섰고 상수도관로 매설공사에 시청 공무원이 밤을 새웠다.

이같은 노력 끝에 95년 11월 파주시 인근에 문발공업단지조성 승인이 떨어졌고 동시에 모토로라코리아 공장용지 사용허가도 났다.

96년 6월 모토로라코리아는 모든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에서 공장건설에 들어가 16개월만인 지난해 10월 완공, 회사를 서울광장동에서 파주로 옮겨 현재 1천5백명의 직원이 올해 수출 3억달러 달성을 위해 열심히 근무중이다.

파주공장은 모토로라가 전세계에 지은 공장중 최단시간에 지은 기록을 갖고 있다.

모토로라 미국 본사도 파주시의 노력에 감복, 2000년까지 2개 생산공장과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추가 건설하고 직원수도 2천5백명으로 늘리는 것으로 보답하기로 했다.

이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