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업 감산도미노 기계소리 잦아든다…생산기반 무너져 수출도 치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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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건설중장비를 만드는 대우중공업 인천공장은 이달부터 공장을 1주일 돌리고 1주일 놀리는 격주순환휴업제를 실시중이다.

삼성중공업 창원 중장비공장은 이달초 1주일간 휴업한 데 이어 현재 조업률을 70% 수준에서 조절하고 있으며 현대정공은 최근 오후5시 이후에는 공작기계 생산라인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쌓이는 재고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어 생산량을 줄였다" 고 말했다.

자동차.철강.기계 등 주요 업종의 생산감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국내 수요가 크게 준데다 동남아 경제난 등으로 수출마저 변변찮게 됨에 따라 감산 (減産) 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생산량 20~30% 감축은 기본이고 심지어 절반 수준으로 줄인 곳도 있다.

이에 따라 하청업체들도 납품 물량이 크게 줄어 극심한 자금난 속에서 조업을 단축하는 등 '감산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통상산업부 오강현 (吳剛鉉) 통상무역실장은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자칫하면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해져 유일한 활로인 수출에까지 지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 철강 = 강원산업은 3교대 생산체제를 1월초부터 2교대로 바꿔 주로 낮에만 작업하고 있다.

인천제철도 가동률을 70%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포철의 경우 자동차 생산감소로 냉연강판 수요가 20% 가량 줄자 냉연강판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포철의 냉연강판 재고는 적정수준인 12일분을 크게 넘어선 20일분 (약 50만t)에 달하고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평균 가동률이 IMF 이전에는 90% 이상이었으나 최근에는 60~70%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 말했다.

◇ 자동차 = 국내 최대업체인 현대자동차 감산규모가 50%를 웃돌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 23일부터 3월6일까지 2주간 아반떼.티뷰론을 생산하는 울산3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그랜저.다이너스티를 생산하는 울산2공장도 지난 4일부터 이달말까지 거의 한달에 걸쳐 라인을 세웠다.

현대정공 싼타모 생산라인도 23일부터 1주일간 멈췄으며 갤로퍼 생산라인도 낮에만 돌리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인수한 쌍용자동차 생산이 지난 16일부터 한달여간 조업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기아 등 자동차업체의 총 감산규모는 5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기계 = 건설중장비는 보통 적정재고를 20일~1개월 생산분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우.삼성중공업 등 대형사들의 재고가 2개월분에 육박하고 있어 당분간 감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백~3백여 하청업체들은 납품량이 평소 절반에도 못미치게 되자 일부는 연쇄감산에 들어갔다.

◇ 시멘트 = 쌍용양회는 영월.동해공장에 있는 총 12개 소성로 (가마) 가운데 5개를 보수중이며 현재 7개만 돌리고 있다.

동양시멘트도 재고누적에 따라 7개 소성로중 5개만 가동중이다.

쌍용 관계자는 "최근 시멘트 수요가 지난해 이맘때의 60%에도 못미치는 바람에 재고가 늘어 야적까지 해야 할 판" 이라고 말했다.

◇ 정유 = 소비감소.환율상승에 따른 원유도입 자금압박 등이 겹치자 적극적으로 생산을 줄이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25만배럴 수준이던 하루 생산량을 지난달 11만배럴로 줄인데 이어 이달초에는 7만배럴로 다시 감축했다.

이에 따라 한화의 가동률이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SK㈜도 이달 들어 하루 생산량을 81만배럴에서 73만배럴로 10% 정도 줄였으며 LG.쌍용.현대정유도 감산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월중 석유소비량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30% 가량 줄었다.

◇ 석유화학 = 현대.LG 등 대형업체들은 그런대로 수출로 내수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 유화업체들은 대형업체들이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바람에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다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원자재 가격상승 및 구입난으로 제대로 가동을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박영수·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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