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아트페어 가보니 … “예술과 과학 어우러진 창조의 경연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도 뭄바이 삭시 갤러리가 출품한 나이지리아 최고 작가 엘아마추이의 작품. 맥주 등 술병의 뚜껑을 모아 붙여 재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左). 오른쪽 사진은 제2회 홍콩아트페어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중 국 작가 무보이옌의 누드-2 작품. 벌거벗은 중국인의 모습을 통해 현대 중국의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 전시회에는 24개국에서 110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아이디어와 창조의 경기장 같아요.”

14일 오후(현지시간) 홍콩컨벤션센터 2층에서 개막한 홍콩국제예술전(아트페어)을 관람하던 홍콩 더신(德信) 중학교 학생 메리 찬의 말이다. 과학자가 되려는 그는 “작품에서 과학적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홍콩아트페어는 꼭 미술품 관람과 거래만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창조와 과학, 그리고 작가의 외침이 공존했다. 나흘간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24개국에서 국제 수준의 110개 갤러리가 참가해 1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라리오·인·국제·표 등 12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지난해 첫 전시회에선 2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작품 거래액도 6500만 달러에 달해 아시아 최고 아트페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시회에 20여 갤러리를 내보낸 중국은 전통과 사회에 대한 절규를 담은 작품으로 관객을 끌었다. 베이징(北京) 갈레리에 갤러리가 전시하고 있는 중국의 신세대 작가 멍황(孟煌)의 작품은 강철로 만든 글자다. ‘너는 누구이며 여기는 어디인가, 너는 여기 뭐하러 왔는가(你是谁,这里是什么地方,你到这里干什么)’라는 17자 하나하나에는 총탄 자국이 나 있다. 작가는 “조국의 현실에 대한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급속한 경제성장 뒤편에서 꾸물대는 중국인의 고뇌와 사회적 모순을 글자 속에 녹여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제 저항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작가는 작품으로 외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다국적 갤러리인 가고시안은 미국을 대표하는 중견작가 제프 쿤 등 세계적 작가 13명의 작품을 아시아에선 처음 선보였다. 특히 캔버스 위에 물방울의 영상을 추상적으로 담아낸 폭포 물방울(Waterfall Dots)은 이번 출품작 중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갤러리의 아시아담당 닉 시무노빅 전무는 “전시회 첫날 관람객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앞으로 홍콩에 지사를 세워 아시아 미술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작품은 소재의 독창성과 정보기술을 이용한 창조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 갤러리의 홍성철 작가는 탄성 줄 속에 손의 영상을 입체적으로 담아 작가와 관객, 인류 각 계층과 지역 간 소통을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대표적 갤러리인 힐거 컨템퍼러리의 사빈 자로치카 대표는 “줄을 영상으로 표현해 내는 기법이 매우 특이해 소속 작가들에게도 권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 갤러리는 북한의 100원짜리 지폐를 영상에 담은 작품을 내놨다. 지폐 내에 인물이 움직이도록 하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관객의 인기를 끌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