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로 미리보는 국민의 정부]통일·안보…對북한 화해 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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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취임사에 나타난 새 정부의 통일.안보정책 기조는 남북기본합의서 (92년 2월 발효) 이행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합의서 이행을 위한 특사교환 제의는 북한을 남북대화의 장 (場) 으로 이끌어내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북한이 원한다면' 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산가족 문제는 새 정부 대북 (對北) 정책의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대통령은 고령 실향민의 고향방문 성사를 강조하고 이산가족 '주소 안내소' 설치 같은 북한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분단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거론하며 “조상들에 대해 한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고 밝혀 통일실현과 이산가족 상봉에 집념을 나타냈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의 차질없는 이행을 재확인한 점은 경수로 사업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는 점을 감안한 때문이다.

또 그동안 민간차원에서만 허용됐던 식량지원을 정부차원에서도 시행할 것임을 밝힌 것은 대북 유화제스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북정책 3원칙중▶흡수통일 배제▶화해협력추진에 앞서 첫번째로 무력도발 불용 (不容) 을 강조했다.

북한의 오판 가능성에 대한 단호한 대응자세를 표시한 것이다.

취임사는 경제.문화외교를 강조하고 국방에서는 자주적 집단안보를 역설했다.

그러나 분량은 전례없이 짤막했다.

이는 외교.국방문제도 한반도 문제의 남북당사자간 해결이라는 원칙에 무게를 두고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4자회담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 고 공언하면서 이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한정시킨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통일원 김형기 (金炯基) 정책실장은 “4자회담에서는 긴장완화와 평화정착만을 논의하고, 다른 문제는 남북이 직접 논의하자는 뜻” 이라고 풀이했다.

대북현안과 창구의 이원화를 예고한 대목이다.

당선자 시절 내놓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6개국 선언' 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金대통령은 취임사의 머릿부분을 IMF체제의 국난극복 호소에 할애하고 결론대목은 통일.대북정책에 무게를 뒀다.

이는 경제문제와 함께 통일.대북 현안이 새 정부 정책기조의 두 수레바퀴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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