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로 활로찾는 댄스그룹 '클론'…내달 1일까지 대학로 소극장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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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브라운관의 왕자.공주님인 댄스가수들은 화려해보이지만 어떻게보면 가장 가엾은 존재들이다.

변덕심한 브라운관은 그들을 별자리로 띄워올렸다가도 사회적 흐름에 따라 별안간 냉탕속에 던져버리기도 한다.

방송3사 공히 격심한 경쟁을 벌였던 순위프로들이 갑자기 우루루 막내리면서 방송에 전적으로 의지해온 댄스가수들은 갈 곳을 잃게됐다.

과연 댄스는 TV의 영원한 '봉' 일까. 한 댄스듀오가 '그렇지않다' 고 자주 (自主) 선언을 하고나왔다.

지금 서울 대학로 라이브 소극장에서 댄스가수로는 초유의 콘서트를 벌이고 있는 클론이다.

그들의 공연은 댄스가수도 충분히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무대를 꾸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웃통을 벗어던진 구준엽과 선글래스를 낀 강원래는 백댄서 5명과 함께 '도시탈출' '꿍따리 샤바라' '난' 등을 한껏 분방하고 강렬한 춤사위로 펼쳐보인다.

좁은 브라운관에 갇혀있던 그들의 육체는 영화 스크린같은 널찍한 무대공간위에서 한결 생생하게 그리고 육감적으로 약동한다.

객석에는 소란스런 공개방송홀의 청중들 대신 회사원.중년부부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진지한 눈길로 '작품' 을 감상하고있다.

진짜 댄스팬은 이런데 숨어있었나보다.

이 무대에는 공연 짬짬이 두 멤버가 방송에 끌려다녀온 댄스그룹의 '비애' 를 대놓고 고백하는 순서도 있다.

신나게 추고있는데 화면을 잘라버리는 야속한 처사 (?) 부터 쇼프로에 비난이 쏟아지면 댄스가수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피해가는 방송사의 수법까지.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인기절정의 댄스그룹들도 어느 면에선 피해자임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그와함께 머리를 치는 생각. 그렇게 피해를 당하지않으려면 힘들더라도 (두 멤버는 공연 두시간동안 양동이 한분량은 족히 되는 땀을 쏟았다) 라이브무대에서 팬들과 직접 만나는 자세를 계속 유지하기를. (3월1일까지. 02 - 766 - 5417)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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