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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준반대, 변칙은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새 총리로 지명된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명예총재의 국회인준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등장했다.

다수야당인 한나라당은 내정발표가 있기 전에 미리 인준반대라는 당론을 정했으나 차기대통령은 예정대로 그를 지명해 인준을 요청했다.

이제는 한나라당이 이 지명을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만 남았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당론을 정하기에 앞서 金명예총재가 총리에 인준돼야 하는 이유를 이미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이 우리의 이같은 주장이나 보편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당의 필요상 인준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수는 있다고 본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이러한 당론을 관철하기 위해 '백지투표' 나 '투표용지 안 넣기' 등의 변칙적인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회법상 인사문제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게 돼 있다.

인사문제만은 의원이 어떠한 외부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사를 표시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국회법 정신은 당론에 우선돼야 한다.

다수당이 국회법 정신을 스스로 훼손할 때 앞으로 무슨 명분으로 국회의 독립과 권위를 지켜 나갈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불과 얼마 전에만도 여당의 입장에서 당시 야당이 국회에서 탈법.변칙적인 수단을 사용할 때 이를 비난했다.

그럼에도 이제 입장이 바뀌어 야당이 됐다고 자신들이 가장 비난하던 일을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비록 야당이지만 국회운영만은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는 긍지로 합법적.정상적 방법으로 이번 일을 처리해 주기 바란다.

한나라당이 이런 수단까지 고려하는 데는 여당의 책임도 없지 않다.

최근 한나라당의원을 상대로 표적사정 (司正) 을 한다거나, 의원 빼가기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인준거부는 이에 대한 자위책일 수 있다.

정말 이런 식이라면 지금 여당도 과거 야당시절 자신들이 그렇게 비난했던 일을 되풀이하는 것 아닌가.

아직 시간은 있다.

여야는 총리인준안이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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