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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천연염색 체험

중앙일보

입력


홍화물로 손수건을 예쁜 분홍색으로 염색한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미엄 전영기 기자 ykooo@joongang.co.kr

천연염색 체험
빨간 홍화로 분홍색 물 들였네~

여기는 태릉. 엄마 손을 잡고 숲 나들이를 온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천연염색 체험을 하고 있다. 천연염색은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자연친화적이며 인체에도 해롭지 않다.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여러분, 옛날 우리 조상들은 꽃이나 풀을 이용해 아름다운 색깔을 만들었어요. 우리도 오늘 홍화로 예쁜 분홍색 염색을 해보기로 해요.” 천연염색 연구원 김경숙(36) 강사와 함께 본격적인 체험이 시작됐다. 김 강사는 이미 한 달 전에 홍화를 물에 담가두었다. 홍화는 노란색과 적색을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 하지만 오늘은 분홍색으로만 염색하기로 했다. 홍화의 노란색은 수용성이라 3일 정도 치대면 물에 녹아 없어진다. 아이들은 물에 젖은 빨간 홍화를 보고 “이런 꽃은 처음 봐” 라며 눈을 반짝거렸다.
 

노란색이 빠진 홍화물은 갈색이 도는 붉은 빛이다. 여기에 잿물을 넣어주면 염료는 직물에 잘 스며들게 된다. 잿물이 없을 때는 수산화칼륨을 한 스푼 정도 넣어줘도 괜찮다. 김 강사는 “일본은 알루미늄 잿물만 사용한 데반해 우리 조상들은 콩대·지푸라기·명화주 등 여러 식물로 잿물을 만들어 색깔을 더욱 자연스럽게 살렸다”고 말했다.
 

잿물이 들어간 홍화물은 알칼리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산성용액을 넣어중성으로 바꿔줘야 한다. 오미자초를 넣는 것이 정석이지만 오늘은 식초를 넣기로 했다. 염료의 PH(수소이온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필수. 김 강사는 서승현(7·장월초1)군에게 리트머스 시험지를 홍화물에 넣어보라고 했다. 붉은색 시험지를 홍화물에 살짝 담그자 파란색으로 변했다. “우와, 신기하다.” 서군이 소리치자 김 강사는 “붉은 색 리트머스 시험지는 알칼리성에서는 파란색, 산성에서는 붉은 색으로 변한다”며 “식초를 더 부어 보라색으로 변해야 홍화물이 중성이 된 것”이라고 알려줬다.
 

홍화물이 중성으로 변하자 김 강사는 하얀 천을 가지고 왔다. 그는 “염색을 할 때는 한 쪽 끝부터 넣어서 전체를 담근 뒤 손으로 조심스레 왔다 갔다 해줘야 골고루 색이 스며든다”고 조언했다. 아이들은 홍화물에서 나는 식초 냄새에 한 손으로는 코를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천을 휘저으며 깔깔댔다. 서주영(8·원묵초2)양은 주황색으로 변해버린 손을 보고 울상이 됐다. 김 강사가 “비누로 깨끗이 씻으면 괜찮다”고 하자 두 손을 대야에 담가 천을 열심히 주물럭거렸다.
 

천은 15분 정도 담가두면 된다. 아이들은 예쁜 분홍색 물이 든 손수건을 보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천연염색을 처음 해본다는 김현수(8·원묵초2)양은 “빨간 색 꽃으로 분홍색 물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친구들에게 직접 염색한 손수건을 자랑할 것”이라며 웃었다. 이춘희(37장위3동)씨도 “오늘은 초염만 해서 색깔이 희미한 것 같다”며 “5번 정도 잿물에 치대 본염을 하면 더 진하고 예쁜 색깔이 나온다니 집에 가서 아이들과 염색을 더 해봐야 겠다”고 말했다.
 

완성된 손수건을 빨래대에 널어 말리는 동안 아이들은 김 강사와 함께 태릉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생태체험을했다. 조선 11대 임금인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의 능이 있는 태릉에는 커다란 버드나무와 소나무가 많았다. 아이들은 나이테를 관찰하기도 하고 피톤치드도 마음껏 마셨다. 문화재청 태릉관리소 천연염색 체험은 오는 10월까지 매월 둘째·넷째토·일요일 오후 2시에 진행하며 참가비는 무료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02-972-0370)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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