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운동권 조심' 편지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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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교육부가 학생운동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취지로 신입생들에게 재학생과의 모임을 거절할 것 등을 지도하는 내용의 편지를 일선 대학을 통해 학생 가정에 발송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육부 학생복지정책관실에서 작성, 지난 10~12일 전국 4년제 대학을 통해 30여만부를 배포한 '대학 신입생에게 보내는 글' 은 모두 12쪽 분량으로 '이 글을 쓰는 이유', '운동권학생이 되는 과정' 등 5개 항목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부분은 '운동권…' 으로 '과모임.학회.동아리.동창회.향우회 등에 조직적으로 참가해 신입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면서 식사와 술을 사주거나 야유회.MT 등을 함께 하는 방법으로 인간적인 친밀감을 쌓은 뒤 집회.시위가 있을 때 참가를 부추긴다' 등의 구절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동아리.과모임.동창회 등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며 선배들이 밥 한끼나 술 한잔 사주는 것도 운동권의 장기적 포섭전략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대학들도 PC통신 게시판에 격렬히 항의하는 글을 올리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 공문을 통해 각 대학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우편발송을 통해 신입생과 학부모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하라고 조치했으나 대부분 대학이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뒤여서 자체 예산을 들여 우편발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본취지는 건전한 대학생활을 보내도록 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고정애·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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