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교장 같은 열정 있다면 … 학교당 3억5000만원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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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덜기 위한 공교육 실험이 7월부터 본격화된다.

정부가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400곳을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가능한 한 모든 공부를 학교에서 해결하도록 이끈다는 취지다. 교장이 학부모를 설득해 학원을 끊도록 하고, 수준별 수업으로 학생 실력을 끌어올린 서울 덕성여중(김영숙 교장) 같은 ‘공교육 모델’을 전국에 만드는 것이다<본지 2월 4일자 1면> 내려받기 클릭. 사교육 없는 학교는 자율학교로 지정돼 교육과정 편성과 교원인사 자율권을 보장한다. 학교당 지원액은 3년간 평균 3억5000만원이다. 학교의 한 해 평균 예산(4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교육과학기술부 양성광 인재기획분석관은 13일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공교육 모델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며 “사교육 없는 학교를 2012년까지 100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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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의 리더십이 핵심=교과부는 시·도교육청으로부터 1.5배수 추천을 받아 현장실사 등을 통해 다음 달 지원 학교를 최종 선정한다. 사립초등학교와 특수목적 중·고, 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는 제외된다. 사교육 대체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 중에서 사교육 경감 의지와 운영 계획이 분명한 학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교과부 양 분석관은 “덕성여중처럼 교장의 리더십과 교사의 노력이 어우러져 사교육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장·교사의 열정과 학부모의 협력 의지를 주요 평가지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청중 박종우 교장은 “학교장의 권한과 자율권이 커 추진하고 싶어하는 교장이 많다”며 “부담을 지게 될 교사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운영하나=학교장은 지원받은 예산을 교원 인센티브 지급, 보조강사 채용, 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육시설 확충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교과부는 우수 모델로 ▶수준별 수업 ▶토론·실험 위주의 수업 ▶다양한 특기적성 프로그램 ▶학생·학부모 수요에 맞춘 방과후 수업을 제시했다. 우수 운영사례로 꼽힌 부산 남고는 4단계 수준별 방과후 학습과 논술·텝스·수학심화반 등 맞춤식 특강을 하고 있다. 대구 포산고는 입시전략·논술 등 토요일 특별강의를, 인천 공항중학교는 과학영재반·창의력반·독서논술반 등 방과후 특성화반을 운영 중이다. 전주 평화초등학교는 전통무용·사물놀이·가야금 등 방과후 예능교육을, 대전 목양초등학교는 기초 학력 부진학생을 대상으로 ‘방학 중 학력증진 캠프’를 운영한다. 교과부 노경원 사교육대책팀장은 “학원의 우수강사가 방과후 학교 수업을 하거나, 학원처럼 교과 종합반을 만들어 심화학습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초등 6학년 딸을 둔 조모(42·서울 대치동)씨는 “주변에 좋은 학원이 즐비한데 학교가 더 잘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교장과 교사에게 믿음이 생겨야 학원을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학원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 A고 교장은 “점수 위주의 현 입시체제에서 사교육 없는 학교 지원책이 학교 간 교과학습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교총의 김동석 대변인은 “투명하게 대상 학교를 선정해 정규 수업의 질을 높여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목·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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