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총리 인준 정국 비상]긴장 감돈 한나라의총…조순총재가 반대 선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종필 (金鍾泌) 총리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문제를 놓고 20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난상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순 (趙淳) 총재는 "경제위기를 해결할 참신한 인물이 총리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며 'JP총리' 반대 분위기를 선도했다.

특히 그는 여권의 비자금 수사를 '구정치행태의 답습' 이라고 비난하며 의원들의 전의 (戰意) 를 고취시켰다. 1시간30분간 토론 후 이상득 (李相得) 원내총무는 'JP총리' 반대의견이 90%를 넘으므로 표결없이 반대를 당론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첫 발언에 나선 신경식 (辛卿植) 의원은 “의원들이 모두 모였으니 이 자리에서 아예 투표로 결정하자” 고 제의. 그러나 의원들이 “얘기 좀 듣고 하자” 고 말해 토론이 계속됐다.

이어 부총무인 권기술 (權琪述) 의원이 나와 “부총무단에서 총리 요건에 대해 논의를 했다” 면서 IMF위기를 극복한 경제전문가이면서 화합형 지도자, 정경유착이나 부정부패로부터 깨끗한 사람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고했다.

이에 JP총리 찬성론자인 김종호 (金宗鎬) 의원은 담배를 피우며 굳은 표정으로 있다가 본격발언이 시작된 뒤 발언에 나섰다.

그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와 김종필명예총재가 공동정권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선에서 승리했으니 인준도 동의해줘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부영 (李富榮) 의원이 나서 반박했다.

李의원은 “인권탄압.4대의혹 사건.정경유착.부정부패하면 JP가 떠오른다.

김대중 납치사건 당시 JP는 총리였다” 며 “그런 사람을 어떻게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삼을 수 있느냐” 고 金당선자의 지명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金의원의 찬성발언이 끝나자 두세명의 '조용한' 박수가 있었던 반면 李의원의 발언후에는 상당수 의원들이 박수로 호응했다.

반대파와 찬성파간의 우열은 초반에 가름이 나는 분위기였다.

○…이에 이상득총무가 “저쪽 (여권) 이 총리지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론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생각해보자” 며 당론 유보를 시도했지만 토론파들의 목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김홍신 (金洪信) 의원은 JP반대를 주장한 뒤 “옳지 않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실명으로 소설을 쓰겠다” 고 으름장을 놓았다.

반면 박세직 (朴世直) 의원은 “구미지역의 여론을 조사했더니 70~80%가 찬성했다” 면서 "총리인준문제는 국회법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지 당론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 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JP 등 특정인을 거명하지 않고 부총무단에서 제시한 총리의 조건을 당론으로 채택했는데 이에 대해 맹형규 (孟亨奎) 대변인은 “JP뿐만 아니라 박태준 (朴泰俊).김용환 (金龍煥) 의원 등도 불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의총에는 황낙주 (黃珞周) 전국회의장이 불편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목발을 짚고 나타나는 등 평소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의원들도 다수 참석해 1백30여명 이상의 의원이 모였다.

자민련측의 당직자와 의원보좌관들이 발언을 열심히 받아적는 모습도 보였다.

채병건·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