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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용 사장·조창용 박사 봉사 인생 수필집 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평생을 조건없는 사랑을 실천해 온 이의 인생이야기를 담은 수필집 두 권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30여년동안 염습 (殮襲) 봉사활동을 펴온 중소기업사장 오병용씨가 죽은 사람들이 길 떠나는 것을 도와주면서 느낀 인생철학을 담은 '욕심을 버리면 살아서도 천국이지' (가서원刊) 와 의사로 나환자 등을 돌보아온 조창원박사가 쓴 '허허, 나이롱 의사 외길도 제 길인걸요' (명경)가 화제의 책. 세상에 찌든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주기에 충분한 글들이다.

두 저자 모두 72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봉사의 손길을 늦추지 않고 있어 글이 더욱 감동적이다.

'욕심을…' 를 쓴 오씨는 누구나 꺼리는 시신을 씻기고 단장하는 일이 인간과 삶에 대한 애정을 두텁게 한다고 털어놓는다.

무역회사인 삼립산업의 사장이면서도 많게는 하루에 서너 번씩 염하는 일을 한번도 마다하지 않은 것도 외로운 죽음의 길을 마무리하는 데서 봉사의 기쁨을 찾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기 때문. 그동안 수습한 시신만도 1천9백여구에 이른다.

여름철에는 1시간만 작업을 해도 온몸이 땀범벅이 되고 냄새가 배어 열흘씩 애를 먹기도 한다.

그렇지만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의 장례를 그때까지 전혀 안면도 없던 교회신도들이 치러주는 것을 보고는 그 감동을 또 다른 이웃에 전하기 위해 이런 봉사활동을 택하게 됐다고. 오씨의 삶도 그렇지만 평생을 나환자.진폐증 환자 등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아온 조박사의 일생도 우리의 인생을 되돌아보게끔 만든다.

조박사는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 의 소재가 됐던 나환자들의 오마도 간척사업을 실제로 주도했던 인물. 그는 나환자들에게 삶터를 만들어주기 위해 봉사단들과 돌과 흙을 져 날라 바다를 메웠다가 외지인들에게 땅을 고스란히 빼앗겨버린 가슴아픈 사연을 안고 있다.

그는 소록도병원에서 두 차례 근무한 뒤 지난 90년까지 강원도 태백에서 규폐센터 병원장을 10년간 지냈으며 지금은 진폐증 환자 전문치료 병원인 대전 유성 선병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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