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직제개편안 관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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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의 직제개편안이 확정되자 부처마다 '손익계산' 의 주판알을 퉁기면서 한편으론 감축대상 인원 선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히려 조직이 확대된 총리실이나 '죽었다 살아난' 해양수산부 및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재정경제부.보건복지부.노동부 등은 느긋한 표정이고, 완전히 해체되는 공보처와 4천여명이 감축되는 정보통신부 등은 초상집 분위기다.

특히 철도.체신공무원과 국립대학의 교육공무원 등은 "감축대상이 중앙부처보다 하급기관에 떠넘겨졌다" 며 진정서를 준비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총리의 권한 강화로 조직이 늘어난 총리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가운데 '새총리로 JP가 오면 어떤 사람을 데려올까' 를 탐문중. 한 간부는 "국무조정실장은 행정각부의 이해를 조정해야 하므로 행정업무를 잘 아는 전문관료가 바람직하다" 며 관료의 중용을 기대. 반면 차관급으로 격하돼 총리실산하로 들어오는 법제처는 "조달청 등 4개청은 1급으로 축소됐다가 모두 되살아났는데, 우리는 이권도 힘도 없는 부서라고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다" 며 불만을 토로.

…완전히 해체된 공보처와 정무1장관실은 "누가 살아남을 수 있나" 를 점치는 가운데 일부 국장급이상 간부들은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 공보처의 경우 업무가 총리실.문화관광부.정보통신부 등으로 나눠지고 광고관련 기능은 아예 없어져 6백여명의 직원중 절반이상이 자리를 잃어버릴 처지. …세종로에 위치한 문화체육부의 건물로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체부는 난감해 하는 표정. 문체부는 "인사동 등 문화현장과 인접한 데 따른 이점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된다" 며 '현위치 고수' 를 관련부처에 설득하느라 부심. …중앙부처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4천48명을 줄이기로 확정한 정보통신부는 체신공무원들이 강하게 반발해 진통이 예상. 체신노조측은 "본부는 전체 5백96명의 8%인 48명만 줄이면서 체신공무원은 12%이상 감축하는 것은 감원 칼날을 하급기관에 전가하는 부당한 행위" 라며 "앞으로 정치권에 진정서를 내는 등 감축의 부당성을 적극 홍보하겠다" 고 반발.

…재정경제원의 예산실 관계자들은 조직이 양쪽 부처로 쪼개지게 돼 어느쪽으로 가는 게 좋을지 저울질 하느라 분주한 모습. 한 관계자는 "예산청으로 가면 실무에 파묻혀 숲을 못보게 될 것 같고, 기획예산위원회로 가면 예산실무를 익힐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고민" 이라고 털어놓기도.

…해양수산부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것만도 다행이라는 분위기속에 "행정부 전체로 1급자리가 14개 없어지는데 농림부와 해양수산부만 각각 두자리씩 없앤 것은 농어촌을 홀대하는 것" 이라는 반응.

…교육부는 감축대상 1천7백86명 가운데 본부에서 46명, 소속기관에서 47명을 줄이고 나머지 1천6백여명은 전국의 국립대학 등으로 떠넘길 예정. 교육부 직원들은 이번 직제개편에서 초.중등교육 기능이 지방으로 이양된데다 대학자율권 확대차원으로 대학학무관련 기능을 맡아왔던 고등교육실마저 학술연구지원국으로 축소개편되자 "정부조직개편심의위에 참여한 교수들이 교육부에 가졌던 불만을 그대로 반영한 것 아니냐" 고 볼멘소리.

…감축규모가 4천7백70명으로 가장 큰 철도청은 그러나 "96년부터 실시된 경영개선 5개년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2001년까지 7천3백명을 자체 감축할 예정" 이라며 의외로 태연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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