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당당한 신세대 쇼트트랙 특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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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천m계주를 2연패한 전이경은 기자회견 때 소감을 묻는 외국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금메달을 따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모를 것" 이라고 했다.

기자도 할 말이 있다.

올림픽에서 한날 똑같은 장소에서 두번씩이나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장면을 지켜보는 감동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아마 체육기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막판 짜릿한 역전극의 현장에서 느끼는 코끝 시려오는 전율을. 전이경을 제외하고 모두 10대인 우리의 금메달리스트들은 멋진 역전극으로 기자의 가슴을 뛰게 하더니 또 한번 눈과 귀를 의심케 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 항상 눈물을 흘렸던 선배들과 달리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옆자리의 캐나다 선수들과 재잘거리는 여유도 잃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또박 또박' 확실한 대답을 해댔다.

김동성은 "여자친구 있어요. 합숙 훈련하느라 연락 한번 못했는데 서울 가서 만나야지요" "금메달은 선생님들과 어머니께 드리고 싶어요. 어머니께 보여드릴 때까지 아무한테도 안보여 줄 거예요" 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스케이트를 잘 타느냐" "어떤 기술이나 전략이 있었느냐" 는 캐나다기자의 질문에 안상미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우리는 키도 작고 다리도 짧아 여러모로 불리하기 때문에 코치 선생님을 믿고 열심히 훈련했다" 고 했다.

이처럼 당당한 신세대들이 있기에 아무리 지금이 어려워도 우리의 미래는 결코 어두울 수 없다.

성백유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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