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항생제등 기초 의학품마저 바닥나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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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에 따른 환율급등으로 엑스선 필름.수술용장갑등 수입 의료용품뿐 아니라 해열제.소염제.항생제등 기초의약품도 품귀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가 이달초 40개 필수의약품에 대해 생산량순위 상위 2~3개 제약사들의 재고현황을 조사한 결과 98개 해당제품중 18개 의약품은 재고가 전혀 없으며 재고가 남아있는 품목중에서도 27개 품목의 경우 원료재고가 없어 1~2개월 이내에 바닥날 염려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정의 경우 '타이레놀' 이라는 상품명으로 생산하고 있는 한국얀센에는 2백정 포장단위의 경우 7일분, 광명약품에는 1천정 포장단위 1달분의 재고밖에 남아있지 않은 형편이다.

5% 포도당 주사액 (1천㎖) 도 제일제당.중외제약.대한약품등의 재고가 각각 7, 13, 7일분에 불과했다.

이와함께 항생제인 겐타마이신.아목시실린.암피실린.독시사이클린과 항히스타민제 클로르페닐아민.부신피질호르몬제 덱사메타손등의 재고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해열제.항생제등의 기초약품은 생산회사와 대체의약품이 많은 만큼 품귀현상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협회 관계자는 "조사대상이 되지 않은 제약사 중에서도 해당 의약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여러곳 있긴 하지만 원료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제약산업의 현실에서 다른 제약사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제약회사의 약품재고가 딸리면서 일선 약국들이 제약회사로부터 의약품을 구입하기도 까다로와졌다.

서울종로구재동 J약국 홍모약사는 "과거에는 정가보다 다소 싼 가격으로 약품을 살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제값을 주지 않으면 약품공급을 받지 못하는데다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제약회사도 있다" 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러한 재고부족의 원인을 환율급등으로 수입원료 가격이 1년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른데다 은행에서 신용장 개설을 기피해 원료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제약사의 자금회전기간이 7~10개월에 달해 고금리시대에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약값 인상은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 반영의 폭이 작다는 점을 꼽고 있다.

중외제약 홍보실 박구서 (朴九緖) 실장은 "이달초 보험약가가 평균 12.8% 인상되긴 했지만 이번 인상폭의 기준환율이 1천3백원에 불과해 아직도 환차손을 메우기는 역부족" 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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