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입주권 사기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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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무허가 중개업자들이 세곡.우면 등 서울 택지지구의 가짜 아파트 입주권을 팔아 문제가 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택지개발 예상지인 서울 장지 지구 일대.

'세곡.우면.강일 택지지구 33평형 아파트 9300만원'. 8일 서울 용산구청 사거리 앞. 도로변 곳곳에 이런 내용의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서울.경기지역의 도로변과 사무실 밀집지역에도 이 같은 플래카드와 벽보가 자주 보인다. 한동안 뜸하던 아파트 입주권(속칭 딱지) 불법거래와 철거가옥 사기매매가 다시 판을 치고 있다.

서울시가 장지.발산.세곡.우면.강일지구 등 요지에서 택지개발을 추진하자 일부 무허가 부동산 중개업자와 기획부동산(전화로 부동산 매매 등을 권유하는 업체) 등이 아파트입주권을 싼 값에 판다며 소액 투자자를 울리고 있다. 수법도 대담해졌다. 전화 영업은 기본이고 도로변 현수막과 지하철 광고까지 등장했다. 택지개발사업을 하는 SH공사(옛 도시개발공사)를 사칭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입주권을 받을 수 없는 철거가옥과 가짜 입주권을 샀다 투자금을 날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물딱지.이중거래의 덫=서울시는 도시계획사업으로 집이 헐리는 철거민에게 SH공사가 짓는 아파트 입주권을 준다. 이를 특별공급이라고 한다. 특별공급 분양가는 일반분양가보다 싸기 때문에 투자자가 무허가 부동산 중개업자 등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그러나 합법적인 입주권은 적다. 사업시행인가 고시일 이전에 매입한 철거가옥만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그 이후에 입주권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게다가 시중에 나도는 상당수 입주권은 물딱지(가짜 입주권)이고 진짜라도 이중 거래가 많다. 일부 입주권 전문 브로커는 입주 예정자의 인감도장을 파 복사한 뒤 5~6명에게 물딱지를 팔기도 한다. 회사원 강모씨는 최근 서울 송파구 석촌동 L컨설팅에서 8500만원에 입주권을 샀다 이 돈을 모두 날렸다. 강남권 아파트를 '특별분양'받을 수 있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가짜 입주권이었기 때문. 입주권 불법 거래의 근원지였던 마포 상암지구의 경우 서울시 조사 결과 17%가 가짜 입주권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기획부동산에 근무했다는 장모씨는 "물딱지를 전문 거래하는 기업형 조직은 서울에만 10곳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철 지난'입주권까지 팔아=은행원 박모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D업체에서 강북구 미아동 8평짜리 무허가 건물을 7500만원에 샀다 투자금을 떼였다. 업체 직원은 "집이 철거되면 장지.발산.세곡동 등 택지지구 33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집은 재개발구역에 들어가지 않아 철거 대상 주택이 아니었다.

이미 입주권 배정이 끝난 상암1.장지지구에서도 물딱지가 거래되고 있다. 장지지구의 경우 33평형 입주권을 1억5000만원에 파는 경우도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장지지구의 경우 철거민 특별공급분 선정은 지난해 2월 끝났다"며 "그 이후의 입주권 거래는 불법이며 2차 공급분이 있다는 것도 헛소문"이라고 밝혔다.

개발이 확정되지 않은 강서구 마곡지구 입주권도 나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는 물론 개발계획조차 나오지 않은 곳의 입주권을 매매하는 것은 사기" 라고 말했다.

◇함정 피하는 법=입주권 값이 아무리 올라도 가짜를 사거나 이중 거래를 하면 헛일이다. 알파오에스 곽창석 상무는 "시중에 나도는 8500만~9500만원짜리 입주권은 원주민에게 2000만~3000만원에 사 되파는 것인데 입주권 효력이 없는 것이 상당수"라며 "이 가격에 강남권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면 컨설팅업체에서 갖고 있지 왜 팔겠는가"라고 말했다.

택지지구 입주권을 꼭 받겠다면 철거가옥을 사는 수밖에 없다. 재개발구역의 낡은 집이라고 해서 무조건 철거대상 주택은 아니다. 철거가옥도 12.1평을 넘어야만 32~33평형(전용면적 25.7평)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대표는 "기획부동산이 강북구 미아동, 관악구 신림동 등지의 무허가주택을 파는 경우가 많은데 조심해야 한다"며 "정상적인 철거가옥도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 지나서 사면 입주권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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