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도네시아]2.한국건설업체들 큰 타격… "지어봐야 손해"일손 놓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자카르타 = 진세근 특파원]자카르타시내 탐린 지역에 위치한 현대건설의 '웨스틴 자카르타 호텔' 건설 현장. 현대건설이 지난해 1월 9천1백만달러에 수주한 지하 4층.지상 41층 건물로 현재 지하 4층과 지상 4층만 끝마친 채 공사가 중단돼 있다.

김선태 (金善泰) 현장소장은 "계약 당시 달러당 2천3백84루피아로 공사대금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달러당 1만루피아를 오르내리는 현재로선 사실상 공사를 하기가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는 공사대금 (기성) 을 달러로 받았지만 지난해말부터는 발주처가 루피아로 지급하는 바람에 도저히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金소장은 "현대건설은 현재 인도네시아에 7개의 공사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곧 완공되는 2개 현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5개 현장중 잘해야 수마트라내 발전소 1곳 정도만 공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발전소공사는 그래도 정부발주공사여서 기성이 제대로 나온다는 것이다.

자카르타내 샹그리라호텔 맞은 편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SK건설의 사정은 더 딱하다.

SK건설은 지난 80년대초 해외공사에서 큰 손해를 본 직후 사실상 해외건설에서 손을 뗀 업체. 그러다가 지난해 2월17일 10여년만에 처음 다시 시작한 해외공사가 바로 이 아파트 건설현장이다.

남석우 (南碩祐) 소장 이하 직원 7명이 경비절감 차원에서 단신 부임해 고군분투했지만 환란 (換亂)에 휩쓸려 공사가 중단돼 버렸다.

장고 (長考)끝에 악수 (惡手) 를 둔 셈이다.

南소장은 "발주처가 홍콩 샹그리라호텔과 인도네시아 살림그룹이어서 자금력이 탄탄할 것으로 믿고 수주했는데 낭패" 라면서 "총공사비 3천5백50만달러중 5백만달러를 지급받았으나 지난해 11월 이후 기성지급이 중단된 상태" 라고 말했다.

南소장은 "현재까지 특별한 대책은 없다" 면서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인 4월초께면 경제가 좀 나아질테고 그러면 공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이라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3억달러짜리 복합호텔단지를 건설하고 있는 쌍용건설은 그나마 형편이 조금 나은 편에 속한다.

달러베이스로 계약한데다 2억3천만달러의 신디케이트론을 일찌감치 지원받아 자금운용이 한결 여유롭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도네시아 경제가 계속 곤두박질칠 경우 발주처의 자금압박이 심해질테고 금리부담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만은 없다.

정해길 (丁海吉) 현장소장은 "대림산업의 유압정유공장과 포스코의 철강공장건설, 기아자동차의 인도네시아 국민차 진출사업 등이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면서 "인도네시아 경제가 계속 어려울 경우 우리 기업들이 받는 타격도 적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된서리를 맞고 있다.

현재 자카르타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전역에 현대.쌍용.SK건설 등 17개업체가 진출해 있지만 거의 대부분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