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90만 - 미국 3000만원 … 동포들 ‘건강 검진’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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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김홍선(62)씨 부부는 7일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김씨 부부는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을 방문했다.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서다. 김씨 부부는 이민 생활 30여 년 동안 제대로 쉰 적이 없다. 건강이 걱정돼 마음 한구석이 늘 불안했다. 미국에서 하자니 수만 달러가 들어 엄두를 못 냈다. 그러다 우연히 한국 병원의 건강검진 여행상품 광고를 보고 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 들어 있는 최고급 건강검진 상품이 항공료를 포함해 1인당 3150달러(약 390만원)였다. 미국에서는 척추 MRI에 보통 3000~4000달러, 흉부 CT는 2700달러가 들어간다.

김씨는 “미국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맘 편히 건강을 챙기고, 제주도 여행까지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미국에 돌아가면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되면서 국내 대형 병원들이 미국 동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병원은 미국 현지에 사무소를 내 유치에 나섰고 동포 전용 상품을 내놓고 있다. 병원들은 미국 동포가 200만 명(2007년)을 넘었고 한국 의료비가 미국보다 훨씬 저렴한 점 등을 들어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병 환자 진료보다는 종합건강검진에 주력한다. 미국에는 이런 상품이 흔치 않다.

한국의 종합검진 같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미국에서 한 달가량 여러 병원을 찾아 다녀야 하고 비용이 우리보다 최고 10배가량(약 3000만원) 든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와 강남세브란스병원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1월 LA에 사무소를 내고 간호사 2명이 동포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매달 평균 40~50명, 4월엔 74명이 한국을 찾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LA의 삼호관광과 손잡고 메디컬투어 상품을 내놨다. 최근 두 달간 83명이 다녀 갔다. 이 병원은 지난해 뉴욕 등 미 주요 도시 7곳의 한인회를 방문했다. 한양대병원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과 제휴를 맺고 아시아나항공 직항편이 있는 미국 5개 지역 교민 유치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오명환 여객마케팅팀 과장은 “청심국제병원, 경기도 부천의 다니엘종합병원과 제휴를 했고, 다른 병원들의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승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7, 8월 출시를 목표로 동포 전용 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지방 병원도 적극적이다. 경북 안동병원은 병원 건물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동포 환자나 외국인 환자 유치에 활용하고 있다.

안혜리·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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