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입소문’ 외국 환자 유치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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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김홍선씨가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폐기능 검사를 하고 있다. 김씨는 부인과 함께 미국보다 훨씬 싼 비용에 최고급 검진을 받았고 제주도 관광도 했다. [김도훈 인턴기자]

 ‘1억원 이상 기부한 한국 내 VIP 고객들이 받는 혜택과 동일한 서비스 적용’.

미국 LA의 한인 여행사인 삼호관광은 이런 광고를 내세워 동포 환자를 모으고 있다. 이 회사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종합검진 상품을 팔고 있는데, 이 병원에 가면 특급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병원들은 이달 개시된 해외 환자 유치 허용에 맞춰 지난해부터 동포 유치 준비를 해 왔다. 동포 특화상품을 내놓았고, 현지에 상담을 위한 간호사를 파견했다.

미국 시카고에 사는 김영주(53·여)씨는 11일 한양대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다. 지난해 친구 4명이 한양대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그중 한 친구가 갑상선암을 조기 발견해 수술까지 하고 왔다는 얘기를 듣고 김씨도 한국 행을 결심했다. 김씨는 “듣던 대로 의료 수준과 서비스가 좋았다”며 “미국에 돌아가면 주변에 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김형곤 VIP 건강검진 위원장은 “교민 환자에게 중요한 건 속도와 정보”라며 “검진 후 1주일 내 결과를 통보하고, 진료·수술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면 대기시간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정진수 전략상품팀장은 “전체 의료관광 시장에서 미국 동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며 “그러나 한국에서 진료받고 돌아간 동포가 다른 교민뿐만 아니라 현지인에게 입 소문을 내는 정보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포 환자를 늘리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세부 서비스 항목을 두고 분쟁이 생길 소지가 있다. 지난달 모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최정복(58·여·미 버지니아주 거주)씨는 “전반적으론 만족한다”며 “그러나 생각하지 않았던 추가비용(46만원)이 나온 데다 광고와 달리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2주 걸려 약간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처리와 진료 수가(의료행위의 가격)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한양대 국제협력병원 김대희 계장은 “의료 분쟁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병원들이 위험한 진료 대신 안전한 건강검진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건강검진에서 질환이 발견되면 국내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이 있다. 미국 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환자에 대한 진료 수가가 병원마다 달라 다툼의 소지가 있다. 서울대병원 등은 국내 환자에게 적용하는 일반 수가(본인 부담금+보험급여)의 120% 수준에서 비용을 받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통역 등 추가로 투입되는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일반 수가만 받고 있다.


안혜리·김은하·허진 기자



“의료진, 지나치다 싶게 친절” 재미동포 변영근씨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변영근(77)씨는 8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에서는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나.

“2003년 미국으로 가기 전 한국에서 몇 차례 건강검진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에 간 이후로는 별로 병원에 가지 않았다. 의사를 만나도 말이 안 통해 불편했다.”

-어떻게 알고 왔나.

“미주 중앙일보에서 ‘서울대병원 LA사무소가 문을 열어 고국에서 건강검진 받기가 쉬워졌다’는 기사를 봤다. 나이가 들어 몸이 걱정되던 차에 서울대 동문은 10% 할인해 준다고 해 즉시 신청했다.”

-서비스 수준에 만족하나.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다. 병원 시설이 좋고 서비스도 만족스러웠다. 의료진들이 오히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친절했다. 아침을 굶은 검진 환자에게 제공된 전복죽 맛이 좋았다.”

-다음에 또 올 것인가.

“내년에는 아내가 올 것이다. 한국으로 건강검진 받으러 가고 싶어하는 동포가 점점 늘고 있다. 지금처럼 대해주면 더욱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진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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