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가 뒤집었다 <하> 한국 자동차 위기를 기회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1분기 승용차를 약 90만 대 팔아 세계 6위를 차지했다. 5위인 포드(97만 대)와 7만 대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꿈에 그리던 ‘빅5’에 진입할 수 있을까.

현대·기아차는 지난해에도 글로벌 판매 순위가 7위에서 6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그러나 당시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합병 청산으로 인한 어부지리식 순위 상승이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강점인 소형차 판매를 늘려 글로벌 ‘빅5’ 진입에 성공하겠다는 야심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시장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런데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일본 닛산을 누르고 6위에 올라섰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는 13% 줄었지만 역대 최고의 시장점유율(7.4%)을 기록한 것이다.

미국 빅3(GM·포드·크라이슬러)와 일본 빅3(도요타·혼다·닛산)의 부진을 틈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셈이다.

미국 도요타 판매 부사장을 지낸 이마이 히로시(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올해는 일본 빅3의 부진 등을 틈타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높일 찬스”라며 “하지만 미국 마케팅 전문가를 스카우트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글로벌 경영 시스템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형차 강점 살려야=현대·기아차는 소형차 수출을 늘려 올 1분기 153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내로라하는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한 것에 비하면 좋은 실적이다. 도요타·닛산 등 일본 업체들은 전년 동기 대비 25%가 넘는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이뿐 아니라 엔화 가치 급등으로 1분기에만 수조원 규모의 적자를 봤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효과가 컸다. 1분기 글로벌 판매(62만1718대)는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하는 데 그쳤다. 소형차 판매는 이 기간 3% 증가했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1분기 실적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해외공장 판매 비율이 49.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분기보다 11.1%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2분기에는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2002년부터 해외공장 생산을 급격히 늘려 왔다. 올해 말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연산 30만 대)이 완공되면 해외 300만 대, 국내 300만 대로 연간 600만 대 생산시설을 갖추게 된다.

문제는 글로벌 생산기지에 걸맞은 해외 판매와 마케팅, 인사 조직이 보강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일본 주쿄(中京)대 전우석(경영) 교수는 “올해 ‘빅5’ 문턱을 넘으려면 벌여놓은 생산 규모에 걸맞은 글로벌 조직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는 경쟁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선진 경영 기법을 접목하거나 해외법인에 외국인 사장이나 임원을 대거 고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