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기 ↑ 비용 ↓ ‘녹색 LED’ 국내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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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나노 기술을 이용해 밝기를 키우고 제조비용을 줄인 ‘녹색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차세대 TV나 디스플레이를 만들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의 이창희, 화학생물공학부의 차국헌, 화학부 이성훈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런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기존 발광다이오드는 만들어 내려는 빛의 색상에 따라 원료 물질을 달리 써야 했다. 물질마다 내는 빛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반도체라 해도 나노 크기로 입자를 작게 만들면 물질의 종류가 아니라 입자 크기에 따라 빛의 색깔이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런 원리를 이용해 녹색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를 개발했다. 또 입자 안으로 전하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농도를 달리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즉 나노 입자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과 나노입자 핵 사이의 서로 다른 물질이 어느 구간에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두 물질의 농도가 서서히 옅어지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에 나노 크기 입자로 만든 발광다이오드보다 두 배 이상의 발광 효율과 세 배 이상의 최대 밝기를 냈다는 것이다. 색의 순도도 20% 이상 향상됐다. 제작 공정도 단순화해 양산 비용을 줄이는 길을 열었다. 다만 연구팀이 사용한 습식 공정의 경우 반도체를 나노 크기(양자점)로 만들고, 발광 소자로 전환하는 과정이 까다롭다는 점이 개선 과제로 지적됐다. 이성훈 교수는 “입자 크기를 조절함으로써 빛의 3원색을 낼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를 모두 개발해 당장 상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발광다이오드는 응용 분야가 다양하다. 기존 발광다이오드와는 달리 각각의 발광 점이 나노 크기의 점 형태이기 때문에 이를 인쇄하듯 둘둘 마는 플라스틱 등에 펼쳐 놓을 수 있다. 두루마리가 아니라도 공이나 네모 형태 등 다양한 모양의 조명등과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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