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철회 민노총의 앞날…내분속 '온건지도부' 탄생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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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노총과 함께 국내 노동계를 양분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여론의 질타로 총파업이라는 '보도 (寶刀)' 를 거둬들이긴 했지만 철회조건으로 내걸었던 '정리해고 법제화 취소' 나 '노사정 재협상' 중 어느 것도 얻어낸 게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직무대리 체제에 이어 다음달 제2기 지도부를 구성하기까지 심각한 내분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의원대회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에서 정리해고 법제화를 합의해준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배석범 (裵錫範) 위원장 직무대리의 전철을 단병호 (段炳浩) 비상대책위원장이 다시 밟게될 가능성이 크다.

노사정 합의를 부결하고 총파업을 결의한 대의원대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굴복, 총파업을 철회해버렸기 때문이다.

동아건설 창동노조지부장, 전노협 1~4대 의장을 거쳐 96년부터 민주노총 산하 전국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연맹위원장을 맡고 있는 段위원장은 민주노총안에서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이번 총파업 논의과정에서도 파업강행 등 시종 강경한 태도를 견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총파업 불발로 민주노총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의 인물들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을 주장하는 정갑득 (鄭甲得) 현총련위원장이나 노동이론에 밝은 양경규 (梁暻圭) 전문노련위원장 등이 벌써 거명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전문가들은 어떤 성향의 인물로 지도부가 구성되든 당분간 총파업 등 강경투쟁을 재개하기는 어려우며 그 대신▶재벌체제 개혁 ▶노동기본권 보장▶개별 사업장의 부당 정리해고 감시.고발 등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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