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하고, 자주 외교 힘들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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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전도(主客顚倒)-'.

사실상 새수도 입지로 결정된 충남 공주.연기지역에 대한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첫마디다. 누가 주(主)고 누가 객(客)이란 소린가. 또 주객이 전도돼 뭐가 어떻다는 얘긴가. 뜻이 모호하다. 한자성어의 원뜻대로 해석하자면 별로 좋은 뜻은 아니다. 주객이 바뀌었으니 뭔가 큰 변화가 있거나 평탄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를 머금고 있다. 물론 이같은 주장이 모든 풍수전문가들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절대적으로 맞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국가의 수도를 옮기는 거대한 역사에 가능한 많은 주장이 참고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그냥 흘려보낼 얘기도 아니다.

아직도 집을 짓거나 장지를 결정할 때 풍수를 중시하는 우리문화를 감안하면 더욱 새겨들어 볼만 하다.

신수도 예정지가 결정된 당일 오후 한국 풍수지리협회 김수한 회장(60)과 한국풍수지리연구원 전항수 원장(47)을 만났다. 김 회장은 국내 최대 풍수전문가 협회 회장이고 풍수이론에 박식하다. 전원장은 '현장풍수'로 유명하다. 그는 발로 전국의 유명하다는 (집과 묘)자리는 대부분 가봤다는 이른바 실전풍수의 대가다. 때문에 공주.연기지역도 두번이나 실사했다. 인터뷰는 김회장과 전원장이 같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 전항수 풍수지리연구원장

▶ 김수한 풍수지리협회장

-신수도 예정지가 풍수적으로 괜찮은가.

"주와 객이 바뀔수 있는 형상이다.(두사람은 이 말을 하기전 상당히 망설였다. 일국의 수도예정자에 대해 잘못 말했다 행여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인듯 했다) 다른 것은 괜찮고. "

-주객이 바뀐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청와대가 앉을 자리를 얘기하는 것이다. 그곳을 둘러보니 주산을 국사봉으로 하고 안산은 장군산으로 해야 하는데 그게 문제다.

(주산이란 현 청와대 뒷편의 북악산, 안산(손님산)은 서울의 남산으로 보면 된다) 주산은 집의 기를 응집하고 떠받치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안산보다는 높고 힘이 있어야 집주인이 집안을 잘 다스리고 편하다. 그런데 국사봉은 해발 213.7m로 안산인 장군봉(354.3m)보다 140여m가 낮다. 게다가 주산이 너무 평범해 힘이 없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보다는 국민이, 정부보다는 재야가 힘이 세질 가능성이 있다. 외교적인 면에서도 주도적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

-그렇다면 큰일인데 다른 방법이 없나.

"방법이 없진 않다. 주산이 꼭 장기에 있는 국사봉으로 하지 않으면 된다. 따라서 수도를 옮기기 전 연기군 남면과 동면을 돌며 보다 나은 청와대 자리를 찾아야 한다."

-청와대 자리는 그렇고 전체적으로 보면 땅의 기운은 어떤가.

"참 좋다. 연기군 남면과 금남면 사이에 금강이 흐른다. 한데 이 지역이 금강을 어머니가 아이를 감싸듯이 품고 있다. 화기애애한 기운이 감돌고 머물러 땅 기운은 그지없이 좋다."

-수도예정지의 기맥은 어떤가.

"속리산을 태조산(太祖山)으로 하고 있어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기맥이 괜찮다는 게 꼭 길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맥을 흐를 곳을 잘 찾아 들어설 곳을 정해야 한다."

-정부도 이 모든점을 고려해 예정지를 골랐을텐데.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나 접근성, 국토의 균형발전등. 사실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4개 후보지중 가장 나을 곳이다. 다만 국가의 수도에 걸맞는 풍수적 환경을 가졌느냐는 문제는 별개다."

-나라의 수도를 결정하는 데 (산의 기운이나 지세등을 감안한) 풍수를 꼭 고려해야 하나.

"풍수는 과학이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최대한 이용하자는 학문이다. 북향집에서 산다고 가정하자.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것은 당연하지 않나. 또 수맥이 흐르는 곳에 집을 짓고 살아봐라. 당장 잠자리가 불편하고 온몸이 쑤셔 못견딜 것이다. 풍수는 현재 과학적으로 그 타당성이 모두 입증되고 있다."

-서울의 기운은 다 했는가.

"한반도에 서울보다 좋은 길지는 없다. 태조산인 도봉산과 중조산(中祖山) 소조산(小祖山)인 북악까지 기가 넘친다. 꼭 수도를 옮기려면 청와대만 옮기면 된다. 현재의 청와대는 북악의 수기(水氣)가 모여 발산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수기가 발산되는 자리는 모든일이 원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임기간 혹은 퇴임후 불행하거나 인기가 없는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를 어디로 옮겨야 하나.

"수기가 발산되는 곳만 피하면 된다. 사실 청와대는 지금의 경복궁 근정전 자리가 가장 알맞다. 그러나 근정전을 허물수는 없는 만큼 다른곳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의 정독독서관 자리나 삼청동 총리공관 쪽도 좋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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