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국내 위성사업 진출…방송업계 큰 변화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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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 미디어계의 황제 루퍼드 머독이 이끄는 미디어그룹 미 뉴스코퍼레이션사의 한국 진출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국내 공중파. 케이블TV방송 및 멀티미디어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방식의 위성방송이 도입되면 ▶80여개의 전문화된 채널이 등장하면서 이에 따른 프로그램 등 콘텐츠산업의 도약이 예상되며 ▶선명한 화질의 영상을 즐기는 데 필요한 고선명 (HD) TV 등 관련 전자제품 수요의 창출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시청자들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내용의 방송물을 즐길 수 있어 지역간 정보격차가 크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디지털위성방송 조기서비스의 실현에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디지털위성방송 서비스의 법적 근거가 되는 통합방송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그리고 위성방송 사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법안에 외국인투자 관련 규정과 그동안 논란이 됐던 대기업. 언론사의 참여허용 여부도 명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서는 위성방송사업의 대기업.언론사 참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으며 차기정권의 집권당인 국민회의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해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머독의 국내 진출이 가능케 되면 이같은 논쟁은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코퍼레이션스와 같은 초대형 미디어그룹의 진입은 허용하면서 국내 대기업과 언론사에 참여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이는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 보호를 위해 방송분야에 대한 대외개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국민감정을 잠재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세계무역기구 (WTO) 협상에서도 이 분야의 대외개방 불가입장을 지켰다.

한편 이같은 합작으로 16개 채널밖에 안되는 한국통신의 무궁화위성을 이용한 위성방송사업에 참여를 희망했던 많은 국내 기업들이 데이콤. 뉴스코퍼레이션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호주출신인 머독회장은 전세계적으로 1백50여개의 신문.방송사 등과 20세기 폭스사를 소유한 미디어계의 황제로 지난해 일본에서도 이번 데이콤과 같은 합작방식으로 소프트방크사 (회장 손정의) 와 손잡고 JSkyB라는 디지털위성방송사를 설립한 바 있다.

이민호·임승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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