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제2 換亂' 책임지려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노총이 협상을 위임했던 대표단을 불신하고 합의내용을 문제삼아 파업을 하겠다는 자세는 어떻게 봐도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다.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철회가 경영층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한 뒤에 결정된 것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경영층이 원칙없이 움직이는 것도 문제지만 노조도 경영층의 부당함을 법정에서 당당히 논박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여러가지 사정을 감안할 때 신정부의 취임을 앞두고 시민의 발을 묶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서울지하철의 파업철회 후에도 아직 민주노총은 총파업 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환율도 다시 불안정해지는가 하면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나 무디스사가 파업발생시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유보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시장에서의 이같은 반응은 종국적으로 외국투자가들의 발길을 다시 돌리고 외국 채권금융기관이 우리 금융기관과 기업에 빌려준 외채의 조기상환을 불러와 '제2의 외환위기' 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외채보다 많은 기업의 국내부채 때문에 3월 위기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판을 깬다면 민주노총은 파국의 책임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이것이 진정으로 파업을 주도하는 지도부의 뜻도 아닐 것이고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길도 아니다.

민주노총은 오히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노사정위에서 합의된 내용이 충실히 이행되고 혹시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변질되지 않을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즉 고용조정의 요건과 실업근로자에 대한 대책에 관한 의견을 관련 국회의원들에게 보내 합법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파업요건이 안되는데도 불법파업을 강행해 외국인에게 '그러면 그렇지' 하는 이전의 이미지를 확인시켜 주면 국가경제에 도움이 안된다.

모처럼 교두보를 확보한 노사정위의 테두리 안에서 소속 근로자의 이익을 증대하는 활동으로 복귀하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