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게임·노래 … 어린이들 “내 영어 통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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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 up please.”

“Follow me everyone.”

9일 코레일 부산지사가 주관한 ‘영어열차’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기차안에서 원어민 강사와 게임을 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9일 오전9시 부산역 개찰구 앞. 두줄로 선 40여명의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영어 열차’깃발을 든 외국인 2명을 따라 홈으로 가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트에 오르자 한 외국인이 “Guess where I'm from”하고 질문을 던진다. “Canada”“America”등의 답변이 쏟아졌다.

코레일 부산지사가 주관하는 ‘영어열차’참석자들의 출발 모습이다.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 한칸에 오르니 창문에는 만국기가 걸려 있었다. 학부모와 초등학생의 두팀으로 나눠 좌석에 앉게했다. 원어민 강사인 마르코 고르전드(43)가 학부모 팀을, 파울 워트슨(25)이 초등학생 팀을 맡았다.

기차가 출발하자 초등학생 팀에서는 만국기를 보고 나라 이름을 알아 맞추는 게임이 벌어졌다.

“What country is this” 학생들은“China”“Japan”라며 떠들석했다.

잠시후 차장에는 낙동강이 펼쳐졌다. 고르전드가 “Look at the window, everyone” “Who knows the name of river”라고 물었으나 학부모팀에서는 한참동안 침묵이 흐른 뒤 “Nak Dong river”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학생들은 적응을 잘했지만 어른들은 소극적이었다.

삼랑진역에 내린 일행은 버스로 삼랑진 양수발전소를 찾았다. 터널을 따라 땅속 242m를 걸어 들어갔다 나오는 동안 학생들의 입에서는“Very cold”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이어진 점심시간. 식당에서 고르전드가 식탁위 땅콩을 주먹안에 쥐고는 “Can you count How many peanuts?”라고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숫자를 대기에 바빴다. 맞히기가 어렵자 학생들의 역공이 시작됐다. 장지원(9·구서초등 2년)양은 삼각형을 가득 그린 수첩을 보여주고는 “How many triangles”라고 물었다. 다른 학생들도 주먹에 땅콩을 쥐고는 질문을 던지며 시끌벅적했다.

김현지(11·다솜초등 4년)양은 “처음에 어색했지만 외국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영어수업에 참고하기 위해 왔다는 문제원(34·해동고)교사는 “영어를 친근하게 체험할 수 있는 하루코스로 수업에 접목해 볼만 하다”고 평가했다.

오후에는 양수발전소 상부댐(천태호)이 한눈에 들어도는 정자에서 영어단어를 이용한 빙고게임을 했다. 잘 맞춘 학생들에게는 푸짐한 상품이 주어졌다. 게임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영어로‘에델바이스’와 ‘고향의 봄’을 불렀다. 삼랑진역으로 오는 길에 조선시대 관원들의 숙소였던 작원관(鵲院關)도 둘러봤다.

두자녀를 데리고 온 송지영(42)씨는 “아이들이 한두마디라도 외국인과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재미를 느끼고 가는 것이 수확”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영어 환경에 많이 노출 시켜야 겠다” 이날 영어열차 참가자들이 8시간만에 깨달은 다짐이었다.

김상진 기자

◆영어열차=코레일 부산지사가 주관하고 English Support Line 주최로 9일부터 8월8일까지 매주 토요일 마다 14차례 운행한다. 부산 근교 관광지를 여행하며 원어민 강사들과 대화한다. 요금 8만8000원. 051-440-2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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