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타산지석’의 올바른 사용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2면

“1982년 미국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잇따라 사람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약품의 제조사인 존슨앤드존슨은 그 사실을 즉각 언론에 알리고, 유통 중이던 약을 모두 회수했다. 또 누군가 일부러 독극물을 주입했음이 밝혀지자 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포장법을 개발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했다.”

정직한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한 이 사건은 종종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윤리경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때는 ‘타산지석’보다는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이란 뜻의 ‘귀감(龜鑑)’이란 단어가 어울린다.

‘타산지석’은 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자기 산의 옥돌을 가는 데 쓸 수 있다는 의미로, 본이 되지 않은 남의 말과 행동도 자신의 지식·인격을 갈고닦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계 부정 사건의 엔론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투명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사회 지도층의 부정부패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필리핀을 타산지석으로 삼아라”처럼 사용한다.

타산지석과 비슷한 말로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있다. 극히 나쁜 면만을 가르쳐 주는 선생이란 뜻으로,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잘못된 면을 보고 가르침을 얻는 것을 말한다.

이은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