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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내용없고 겉도는 2월수업…독서·비디오로 땜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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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도대체 학교인지 비디오방인지 모르겠어요. 수업시간에 비디오만 보거나 아이들과 놀다오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그나마 영하 1~2도 이상이면 교실에 난방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추워서 자율학습을 하기도 어려워요.” 서울 J중 3년생 李모 (15) 군은 “아예 겨울방학을 2월까지 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겨울방학이 끝난 후부터 봄방학전까지 2월 한달이 낭비되고 있다는 교사.학생들이 지적이 높다.

“수업을 어떻게 해야할지 애매해요. 과거에는 수업일수로 따졌지만 지난해 연합고사가 폐지되고 수업시수제로 바뀌면서 반드시 수업을 해야돼요. 하지만 3학년은 이미 내신성적까지 모두 끝났는데 무엇을 가르치겠어요. 1.2학년은 교육과정에 맞춰 수업을 한다지만 파장분위기여서 산만하고 수업분위기도 엉망이지요. 게다가 IMF로 난방도 제대로 안돼 선생님들도 수업의욕을 잃고 있어요.” (서울 E중 李모교사.여.37) 이때문에 상당수 학교들은 2월중에는 오전수업만 하거나 영화관.박물관등 단체관람, 유적지방문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짜느라 애를 먹고있다.

서울 용강중은 최근 3학년 대상으로 서울근교 근대사적지 보도탐방을 했다.

그러나 교육프로그램이 부실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경비부담으로 모든 학생이 참여하지 못해 학생간에 위화감도 생기는등 부작용도 있다.

서울 K중 朴모 (50) 교사는 “학교에서는 독서.진로.성교육등을 하라는데 체계적인 교육일정.프로그램이 없어 수업하기도 힘들고 형식에 그친다.

한마디로 학생 붙잡아놓기에 불과하고 학생들도 웅크리고 잠자는등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이에따라 현행 학기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교육계의 여론이 높다.

교육개혁위원회는 지난해 3월 신학기의 문제점으로 초.중.고에서의 2월 한달간 교육낭비가 심하고, 고교및 대학입시가 혹한기에 이뤄져 불편하며, 학기초에 교원인사가 이뤄져 교사들의 학습준비도 부족한데다 여름방학이 짧아 학생들의 현장교육이 어렵다는 점등을 들어 9월 신학기제 도입을 정부의 장기과제로 결정했다.

서울 동원중 이호상 (李虎相) 교장은 “최근 구민회관을 빌려 학급대항 장기자랑대회도 열고 수업시간에는 교육비디오를 틀어주기도 했지만 역시 겨울방학이 끝난 후 잠깐 수업하다 다시 봄방학을 하니까 2월 수업의 효율성이 아주 낮은데다 추운 2월에 졸업식이 있어 불편하다” 며 “9월 신학기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고 말했다.

교육개혁위원회 이해영 (李海英) 사무국장은 “9월 신학기제는 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는 3월 신학기제여서 대학졸업생이 유학가서는 6개월씩 기다려야 한다” 며 “9월 신학기제가 도입되면 계절학기도 가능해져 수업일수가 많아지는등 교육효과가 높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9월 신학기제의 도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올해 겨울방학 개학 첫날 학력경시대회와 함께 선배와의 대화시간을 가졌던 서울 경복고 최태상 (崔泰祥) 교장은 “관행을 자꾸 바꾸면 혼란이 올 것” 이라며 “학교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오히려 효율적으로 2월을 활용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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