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화면 제2 환난, 심각한 위기 올것" IMF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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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에 대한 외국 투자가의 눈길이 다시 싸늘해지고 있다.

일부 노동단체의 파업방침과 관련, 국제통화기금 (IMF) 이 “다시 심각한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 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등 신용평가기관들은 신용등급 조정을 유보할 뜻을 비추고 있다.

서울지하철노조.민주노총의 파업을 코앞에 둔 11일 증시와 자금.외환시장에서도 불안한 장세가 나타났다.

이날 주가는 20포인트 이상 급락했으며 금리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가 연 20%대로, 환율도 달러당 1천6백원대로 각각 다시 올라섰다.

휴버트 나이스 IMF협의단장은 최근 재정경제원과의 협의과정에서 “파업은 올해 한국이 반드시 피해야 할 것” 이라며 “파업이 벌어지면 외국 투자가들이 등을 돌려 심각한 외환위기가 올 것” 이라고 경고했다.

S&P와 무디스사도 “한국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신용등급 조정을 유보할 수 있다” 는 뜻을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해왔다.

S&P의 한 관계자는 10일 (현지시간) 앞으로 2주 이내에 한국의 신용등급을 현재 에서 세단계 높은 B까지 끌어올릴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히고 “최근 한국 정부와 노조간의 협상전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재경원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뉴욕 외채협상 때 국제채권단이 단기외채를 장기로 전환해주면서 대전제로 내건 조건이 한국의 노사정 (勞使政) 합의였다” 며 “가까스로 타결을 본 뉴욕협상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오는 17일의 IMF이사회에서 20억달러 추가지원이 거부될 수 있으며 다음달부터 진행될 선진 13개국과의 80억달러 협조융자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 베링거 만하임의 롤프 슈트렐레 부사장은 “민주노총이 노사정 합의를 번복한 것은 전형적인 '한국적 행동양식' 이어서 크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고 꼬집으면서 “외국기업의 대한 (對韓) 투자시기는 노동.내수시장을 비롯한 한국시장의 안정성 여부에 달려 있다” 고 강조했다.

한편 강철규 (姜哲圭) 서울시립대교수는 “실업대책이 미흡한 상태에서 정리해고제만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이는 파업으로 해결할 성질은 아니다” 며 “노사가 협상을 통해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있는 만큼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 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高계현 정책부장도 “현 시점에서 민주노총이나 서울지하철노조가 파업하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 이라며 “외환위기는 노조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무리한 파업으로 국민을 곤경에 빠뜨려서는 안된다” 고 지적했다.

高부장은 “파업을 하면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추락할 것” 이라며 “파업으로 외환위기가 불거지면 앞으로 노조활동에도 큰 제약이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고현곤·유권하·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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