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싹쓸이에 씨 마른 연평도 꽃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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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본격적인 꽃게 잡이 철을 맞아 중국 어선 100여 척이 7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와 북한령 석도 사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꽃게 중의 꽃게’로 꼽히는 연평 꽃게의 어획량이 크게 줄어 어민들의 시름이 깊다. 연평 꽃게는 지난 한 해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1775t이 잡혀 올해도 풍어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돼 왔다.

8일 옹진군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연평 꽃게 어획량은 2만6241㎏에 그쳤다. 4만4259㎏이 잡혔던 지난해 4월보다 41% 줄었다. 이에 따라 어획고도 5억1000여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8억3000여만원)보다 39% 감소했다. 국내 최대 꽃게 산지인 연평도의 어획량 감소로 지난해 봄 ㎏당 2만원 선이던 꽃게 가격도 올해는 2만5000원 선으로 올라 있다.

어민들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가장 큰 원인으로 들고 있다. 꽃게잡이배 연봉호(9.8t)를 부리고 있는 김재식(48)씨는 “중국 어선 500여 척이 연평 어장을 에워싸다시피 하고 있다”며 “그물을 끄는 방식의 중국 어선이 한 차례 지나가면 뻘물이 일어 조업을 망치기 일쑤”라고 말했다. 김씨는 “연평 꽃게는 5, 6월이 한철”이라며 “지난해 이맘때는 꽃게 그물 한 틀에 400㎏ 정도가 올라 왔으나 요즘은 20∼3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올해 연평도의 봄 꽃게잡이는 북한 미사일 위기 등으로 예년보다 4∼5일 늦게 시작됐다. 게다가 지난달 연평 해역의 날씨도 좋지 않아 조업 일수가 줄어든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해수산연구소의 선명호 연구사는 “꽃게는 겨울이면 깊은 바다의 모래 속에서 겨울잠을 자다가 수온이 올라가면서 연안으로 나와 산란활동을 한다”면서 “이제부터 어획량이 늘어나면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밀꽃 필 무렵 최고의 맛을 낸다는 연평 꽃게는 육질에서 서해안 꽃게 중 최상품으로 꼽힌다. 다른 꽃게 어장과 비교, 연평 해역은 수온이 다소 낮은 데다 물길의 흐름이 빨라 상품 꽃게의 서식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0년의 경우 한 해 3063t이 잡혔던 연평 꽃게의 어획량은 매년 급감해 2006년에는 141t으로 떨어졌다가 2007년(631t)부터 2년 연속 크게 늘어났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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