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물가 폭등 악화일로…군부 대폭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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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외환위기로 시작된 인도네시아가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군부의 발포명령까지 나오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생필품 품귀와 가격폭등에 불만을 품은 인도네시아 주민들의 소요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군부가 시위자에 대한 발포령을 내리는 등 사태진압에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77) 대통령은 4년9개월만에 국군사령관을 교체하는 등 군 핵심부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를 단행, 군부에 대한 자신의 친정체제 강화에 나섰다.

지난 9일 소요사태가 일어난 동부 수마트라섬 메단시 (市) 폴로니아 공항에서 전깃줄로 묶인 플라스틱 파이프 3개가 담긴 상자가 발견되자 군부는 시위자에 대한 발포명령을 내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발견된 상자에는 " '원격조종 폭탄,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그것이 발생할 수 있다' 는 내용의 경고문이 적혀 있었으나 내부에 폭탄은 없었다" 고 전했다.

한편 수하르토 대통령은 페이잘 탄융 (58) 국군사령관을 퇴역시켜 국방.치안장관에 앉히는 대신 4년간 자신의 부관으로 근무했던 위란토 (50) 육군참모장을 후임에 임명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 (日本經濟) 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이는 수하르토 대통령 셋째 사위인 수비안토 특전사령관을 승진시켜 자신의 군부에 대한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사전포석으로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 동부 플로레스 섬에서는 8일에 이어 연 이틀째 물가폭등에 항의하는 군중들이 백화점을 비롯한 상점들을 약탈하고 불태우는 등 폭동이 계속됐다.

또 수도 자카르타에서도 9일 시민 3백여명이 중앙은행 앞 도로에서 물가상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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