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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음악계는 피아노 전성시대…현역 거장 단독 초청공연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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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1824년에 피아노를 배우는 소녀들이 흘러 넘친다고 한탄하면서 음악의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1840년대에 가면 피아노 열풍이 식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1백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피아노는 음악입문의 길잡이 뿐만 아니라 작곡의 동반자로, 오케스트라를 대신하는 악기로, '악기의 제왕' 이라는 확고부동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음악계의 올 한해는 '피아노의 해' 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환율인상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오케스트라 대신 단출한 피아니스트의 초청 공연이 많기 때문. 은퇴를 눈앞에 둔 '왕년의 거장' 이 아니라 왕성한 연주력을 자랑하는 현역 피아니스트들의 무대여서 더욱 값지다.

2~3월엔 스타니슬라브 부닌 (22).라르스 포그트 (27).스테판 코바세비치 (58) 와 함께 세계무대에서 활동 중인 백건우 (52).백혜선 (31) 의 무대가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 라르스 포그트 (2월16일 예술의전당) =90년 리즈국제콩쿠르 우승자로 현재 베토벤 '협주곡' 전곡을 녹음 중이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에 담겨있는 슈만.멘델스존.쇼팽의 흔적을 느껴볼 수 있다.

02 - 598 - 8277.

◇ 스타니슬라브 부닌 (2월22일 예술의전당) =89년 첫 내한공연에서 이틀 연이어 매진 선풍을 일으켰던 신동 피아니스트로 러시아 악파의 거목인 겐리히 네이가우스의 손자. 83년 롱티보국제콩쿠르와 85년 쇼팽콩쿠르를 휩쓸었다.

쇼팽 전문가가 들려주는 쇼팽의 '연습곡작품10' 전곡과 질풍노도의 낭만주의의 전조를 예견케하는 베토벤 '템페스트 소나타' 는 기대해도 좋을 듯. 02 - 543 - 5331.

◇ 스테판 코바세비치 (3월3일 예술의전당) =영국악파의 대모 (代母) 마이러 헤스의 제자로, 루돌프 제르킨을 무척 존경하는 베토벤 전문가.

잔뜩 눌린 용수철처럼 앉아있다가 매우 조심스럽게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독특한 무대매너의 소유자다.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전곡음반이 나와있으며 현재 슈베르트.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중. 베토벤 '소나타 제32번' 과 함께 브람스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인터메조 Bb장조' 등 화려한 기교의 거품을 걷어낸 브람스 특유의 피아니즘을 만끽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02 - 543 - 5331.

◇ 백혜선 (3월17일 예술의전당) =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위, 9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3위에 입상했으며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최초의 EMI 전속아티스트. 폭발적인 파워와 섬세한 표현력을 겸비한 '멜로디스트' 로, 이번 무대는 곧 출시될 EMI 데뷔음반 수록곡을 중심으로 꾸민다.

슈만의 '유모레스크' 와 자신이 직접 편곡한 라벨의 '라 발스' 에 주목할 것. 02 - 391 - 2822.

◇ 백건우 (3월25일 예술의전당) =69년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로 리스트는 물론 드뷔시.라벨 등 프랑스 음악에 조예가 깊다.

이번 무대에서도 '거울' '밤의 가스파르' '물의 유희' 등 라벨이 남긴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완주한다.

02 - 598 - 8277.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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